[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 저자 기낙경 인터뷰

  • 2018-06-18

'시골바라기' 기낙경 "이미지에 속지 말라… 귀촌하고 싶은 진짜 이유 찾길"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아토포스/ 2017년)는 전직 잡지 에디터 기낙경이 3년 동안의 귀농생활을 곰곰이 기록한 에세이이다. 저자의 시골생활에 대한 꿈과 기대는 결혼이라는 모습으로 성취된다. 하지만 시골에 대한 이미지는 시골살이라는 현실을 통해 깨지게 되고, 녹록지 않은 노동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은 그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충주 공이리에서의 3년간의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살이를 시작한 뒤에 쓴 이 책에는 그간의 시골살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면에는 고된 농사일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저자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모습들에 일일이 이름을 불러주고, 농사의 이치도 자세하게 들려준다. 그리고 자신이 만나고 관계 맺었던 공이리 사람들의 삶의 모습도 정겹게 담아낸다. 물론 그러한 관계에서 발생했던 고충도 풀어낸다.

이처럼 시골살이를 온전히 경험하고 그것을 섬세하게 담아낸 이 에세이는 귀농과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예시가 되어준다. 시골살이를 마무리하고 서울살이를 하는 저자에게 3년간의 공이리 생활은 무엇이었을까. 통의동 한 카페에서 저자를 만나 책에 담긴 공이리에서의 생활을 좀 더 들어보았다.

 

1800평 밭농사에 녹초된 몸…육체적 힘듦에 난생처음 눈물 흘려

Q 서울에서 잡지사 기자 일을 하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충주 공이리까지 가셨습니다.

서울살이를 접고 귀농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시골에 살고 싶은 열망이 컸어요. 서울 살 때 귀촌한 사람들의 블로그를 자주 들여다봤거든요. 혼자 시골에서 살 용기는 없었고, 누군가를 만나 가정을 꾸리면 시골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꿈처럼 있었어요. 책의 도입부에도 살짝 언급했는데, 신랑을 만나기 전 연애할 때에도 시골 생활을 해보고 싶어 돌아다니기도 해보았어요. 그렇지만 그 연애가 끝나고 시골에 살고 싶은 꿈을 쉽게 꺼내지 못했죠. 어쩌다 농사짓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게 참 좋았던 거예요.

 

Q 그렇지만 하던 일을 그만두고 시골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시골이 잠깐 가는 여행자가 아니라 이젠 나의 생활이 되는 걸 실감하면서, 원하는 일을 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 사람이 집도 짓고 있어서 내려갈 준비를 하면서 행복하게 연애했어요. 그러다가 그 집에 불이 났는데, 저는 오히려 그 사람이 결혼을 미루자고 할까 봐 걱정했어요. 그런데 제 주변 사람들의 반대가 심했어요. 결혼이든 시골에 내려가는 것이든 시간을 좀 더 가지고 고민해보라고 조언해주었지만, 그때는 그런 말들을 저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집에 불이 났지만, 그것만 잘 마무리하면 나중에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결혼과 시골생활을 강행했어요.

 

Q 준하를 낳기 전에는 남편분과 함께 밭농사에 적극적으로 임하셨는데요, 직접 밭농사를 해본 경험은 어땠나요?

서울에서 글 쓰는 일이나 했지, 몸이 그렇게까지 피곤한 일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땅이 1,800평이라고 치면 거기에는 몇 십 개의 이랑이 있을 거예요. 브로콜리 상자를 들고 나르고를 3-4시간 계속하다가 잠깐 쉬고, 아침에 나가서 간식, 점심 먹는 시간을 빼고 온종일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정말 몸이 녹초가 되어요. 어느 날 밤, 오로지 육체적인 힘듦으로 인한 순도 백 퍼센트의 눈물을 흘렸는데, 내일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더 암담했어요.

그렇지만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다보니 음악을 듣거나 팟캐스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렇게 되니 일이 조금 더 수월해지더라고요. 밭농사를 직접 한 것은 1년이 좀 안 되었어요. 임신하고 준하 낳고는 참해서 나르고 육수 끓이고 국수 삶아서 차에 싣고 갔죠. 동네 할머니들이 품앗이하셨을 때는 오전 참, 점심, 오후 참을 하면 하루가 꼬박 갔어요. 하루 다섯 끼를 해 먹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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