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소] 경향신문 "알튀세르 탄생 100주년... 우리가 알튀세르를 읽는 이유"

  • 2018-12-12

알튀세르 탄생 100주년... 우리가 알튀세르를 읽는 이유

(경항신문 김유진 기자)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루이 알튀세르(1918~1990)의 사상을 돌아보는 작업이 국내외 학계와 출판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1918~1990)는 한 때 ‘뜨거운’ 이름이었다. 그의 초기 저작 <마르크스를 위하여>와 <자본을 읽자>는 마르크스주의가 철학을 넘어서 ‘과학’으로 격상하는 데 기여했고, 죽을 때까지 프랑스 공산당원으로 활동했다. 1980년대 후반 한국 지성계를 달군 ‘사회구성체 논쟁’에서도 그의 이론들은 연료를 공급했다. 

그가 고등사범학교에서 길러낸 자크 데리다, 자크 랑시에르, 알랭 바디우, 에티엔 발리바르 등의 제자들은 철학계를 이끄는 거물이 됐다. 하지만 정작 알튀세르 자신은 사회주의 붕괴와 포스트모더니즘의 대두라는 세계적 추세, 그리고 1980년 정신착란 상태에서 아내를 살해한 사건 등으로 잊혀지는 듯했다. 그랬던 그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해가 분명해지면서 다시 불려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출간된 유고집만 22권에 달하는 가운데, 지난달 국내에도 유고집 <검은 소>(생각의힘)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연달아 출간됐다. 내년에는 <역사에 관한 저술> <재생산에 관하여> <마키아벨리에서 맑스까지의 정치와 역사> 등의 유고가 번역되어 나올 예정이다.

알튀세르 탄생 100주년에 즈음해, 국내 알튀세르 관련 논의를 이끄는 여러 세대의 철학자들에게 ‘알튀세르의 현재성’을 물었다. 초창기부터 알튀세르 철학을 소개해 온 중견 학자, 학생운동에 참여하면서 알튀세르를 접한 연구자, 그리고 프랑스와 한국에서 수학하며 그의 저작들을 번역하는 젊은 철학도들이 ①알튀세르 사상이 갖는 현재성 ②현재 주목하는 알튀세르 연구의 흐름 ③추천하는 저작에 대해 나눈 생각들을 정리해 소개한다. 

■진태원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알튀세르는 마르크스주의를 개조하려고 했던 마지막 세대의 연구자다. 과잉결정, 이데올로기론, 우발성의 유물론 등의 개념들은 여전히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들에게 중요하다. 현대 사회 여러 쟁점을 다루는 데 있어서도 그의 이론적 유산을 우회할 수 없다. 비록 그 자신은 젠더나 인종주의, 민족주의 등을 충분히 다루지 않았지만, 역설적으로 제자인 에티엔 발리바르나 주디 버틀러 등을 통해 그의 이론이 확장됐다. 발리바르의 내셔널리즘·인종주의 논의, 버틀러의 젠더 논의에서 알튀세르의 상상계나 호명이라는 개념이 기초를 이룬다. 

특히 신자유주의 위기 이후 자본주의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알튀세르 이해가 더욱 중요해졌다. 후기에 가서 그는 소련 사회주의나 중국 문화혁명의 모순도 드러냈다. 개인적으로는 후기의 사상적 작업인 우발성의 유물론이나 스피노자에 관한 해석에 관심이 많다.

한 권만을 추천한다면 <마르크스를 위하여>(후마니타스)다. 알튀세르 사상의 기본 개념들을 이 책에서 처음 이론화했다. 나머지 저작은 초기 저작의 개념을 발전시키거나 정정하는 저작들이라고 볼 수 있다. 

■배세진 <검은소> <무엇을 할 것인가?> 번역자·파리 7대학 박사과정

알튀세르는 교조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현재성’을 지닌 살아 있는 마르크스를 사상적으로 구현했다. 신자유주의의 위기 하에서, 심지어 프란시스 후쿠야마까지도 사회주의를 얘기하는 마당에, 마르크스의 귀환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모습의’ 마르크스냐인데, 알튀세르는 2018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마르크스를 우리에게 제시한다.

국내에는 거의 소개가 되지 않고 있지만, 에티엔 발리바르보다는 자크 비데가 알튀세르의 유산을 훨씬 더 온전히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발리바르가 알튀세르주의로부터 많이 벗어난 반면, 비데는 최대한 알튀세르의 유산을 계승해 발전시키는 전략을 선택했다.

역시 서관모 교수가 번역한 <마르크스를 위하여>를 꼽겠다. 이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단편적이고 정세적인 성격을 띠는 그의 다른 저작과도 구분된다.

■정정훈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여전히 알튀세르 사상의 핵심은 이데올로기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본주의 질서의 지속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데올로기라는 매커니즘에 주목했다. 이데올로기란 단지 민중을 속이는 지배 계급의 거짓말이 아니라 노동자와 민중이 현실을 나름대로 이해하는 일종의 감각과 같다. 그는 지배 계급의 거짓말을 폭로하면 민중이 갑자기 의식화된다는 식의 단순한 개념을 거부한다. 

최근 알튀세르 연구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그의 유고들이 출간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고를 통해서 이데올로기에 대한 개념화 작업과 그가 인생 말기에 전개한 우발성의 유물론 사이에 존재하는 연속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데올로기론이 인식론이라면, 우발성의 유물론은 존재론이다. 이제까지 두 이론 사이에 단절이 있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유고를 보면 초창기부터 그가 우발성에 대해 사고했음을 알 수 있다. 

<아미앙에서의 주장>(솔, 1991)을 추천한다. 계급투쟁 사상가로서 알튀세르가 가장 잘 드러나는 책으로, 계급투쟁과 마르크스주의 정치에 대한 독특한 사고가 잘 집약되어 있다.

■이찬선 <역사에 관한 저술>(근간) 공역자·서울대 철학과 석사과정

알튀세르의 복잡한 이론적 여정에서 일관된 것을 하나 꼽자면 ‘마르크스주의의 전화’다. 그는 이론으로서의 마르크스주의가 역사와 맺는 관계를 문제시하면서, 실제로 그 관계에 개입하려고 했다. 매우 야심차면서도 매우 겸손한 이론가였다. 

고슈가리언의 책임 편집 하에 프랑스에서 지속적으로 출판되고 있는 알튀세르의 유고집에 주목한다. 1970년대 중반 저술된 유고들은 유로코뮤니즘이라는 흐름 속에서 프랑스 공산당과 알튀세르의 갈등을 보여주는 한편, 마르크스주의의 전화에 관한 새로운 작업들의 면모를 알려준다.

1975년 국가박사학위 심사 때 제출한 발표문에 기초하고 있는 <아미엥에서의 주장>은 알튀세르가 자신의 이론적 작업물들이 당시 정세에 미칠 수 있는 효과에 대해 민감했음을 잘 보여준다. 알튀세르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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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 나란히 번역 출간된 루이 알튀세르의 유고집 <검은 소>(생각의힘)와 <무엇을 할 것인가?>(오월의봄).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2101521001&code=960201#csidx99f0f23a2303863aa0411781e2f571f onebyone.gif?action_id=99f0f23a2303863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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