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아베 다음’의 일본을 읽고자 시도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이시바 시게루, 스가 요시히데, 노다 세이코, 고노 다로, 기시다 후미오, 가토 가쓰노부, 오부치 유코, 고이즈미 신지로 그리고 아베 신조 등 차기 총리 후보 아홉 명의 말과 글을 살피며, 그들이 어떤 정치인이고 앞으로 일본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철저하고도 꼼꼼한 규명에 나선다. 저자 나카지마 다케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소장파 정치학자로, ‘향후 일본의 선택을 좌우하는 데 주요한 지표’가 될 텍스트를 거침없이 열어젖힌다.
그간 ‘포스트 아베’라든가, 일본 정치의 중심인 자민당에 관해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기사 속 몇 줄이 전부였다. 너무 적고 얕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자국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한 제일 목적에서 그치지 않고, 한발 나아가 바다 건너 사람들이 품은 의문의 해갈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우리 사회를 생생하게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일본의 내일’은 ‘한국의 내일’과 무관하지 않은 까닭이다.
저무는 아베일강,
최장수 총리의 끝이 보이다!
아베 신조가 위태롭다. 제2차 정권이 출범한 2012년 12월 이후, 지금보다 나쁜 시기는 없었다. 아베 본인과 측근 인사들의 크고 작은 정치적 논란은 끊이지 않았지만,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경제정책 덕분에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아베는 개헌을 목표로 영구집권이라는 단꿈에 젖기도 했다. ‘아베일강(安倍一強)’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앞길을 막는 것은 없었다. 그러다 2019년 11월 국가 예산을 사유화한 이른바 ‘벚꽃 스캔들’이 터지며 아베 정권은 발목을 잡힌다. 이어서 뇌물수수 혐의로 자민당 출신 의원이 체포된 ‘카지노 스캔들’이 연달아 터지며 아베의 입지는 세차게 흔들린다. 막다른 궁지에 몰린 아베는 도쿄 올림픽에 마지막 기대를 걸지만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그 희망 또한 앗아간다. 초기 대응에 무참히 실패한 아베 곁에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내각 지지율과 조롱거리가 된 ‘아베노마스크’만이 남은 실정이다.
여기, ‘아베 다음’의 일본을 읽고자 시도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자민당 내 주요 의원 아홉 명을 분석해 그들의 이념과 구상을 꼼꼼히 파악하는 《일본의 내일》(원제: 自民党―価値とリスクのマトリクス)이다. 저자 나카지마 다케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소장파 정치학자로, 아베 정권을 향해 소위 ‘입바른 소리’를 쏟아붓기를 마다하지 않는 행보를 보여왔다. 책에서 그는 ‘향후 일본의 선택을 좌우하는 데 주요한 지표’가 될 텍스트를 거침없이 열어젖힌다. 이시바 시게루, 스가 요시히데, 노다 세이코, 고노 다로, 기시다 후미오, 가토 가쓰노부, 오부치 유코, 고이즈미 신지로 그리고 아베 신조의 말과 글을 살피며, 그들이 어떤 정치인이고 앞으로 일본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철저한 규명에 나선다. 제삼자의 입을 빌린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과거에 직접 발신한 만큼, 책 속 문장들은 선명하고도 정직하며 때로는 서느렇다. 어떤 이의 메시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하고 확산하는 반면, 어떤 이의 메시지는 흩어지지 않은 채 잠잠히 몸집을 불리는 까닭이다. 최장수 총리의 끝이 하루가 다르게 성큼 가까워져 오는 지금, ‘포스트 아베’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또 파헤치는 《일본의 내일》이다.
위기와 가치의 좌표축으로 알아보는
‘극우 아베’와 일본형 신보수주의 세력의 탄생
책은 “오늘날의 공문서는 날조할 수 있어도, 어제의 말과 글은 바꿀 수 없다”는 콘셉트 아래, 분석 대상 아홉 명의 지난 저서·대담집·각종 인터뷰 등을 탈탈 털어내고 그들의 지난 시간을 면밀히 들춘다. 어제의 말과 글에 새겨진 의견, 비전, 경험 등을 찬찬히 살펴봄으로써 정책활동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이면에 자리한 개개인의 특질을 치밀하게 파악한다. 이어서 그렇게 읽어낸 각 정치인의 특징을 세로축은 ‘위기 문제’, 가로축은 ‘가치 문제’로 상정한 좌표축 위에 알기 쉽게 나타낸다. 요컨대 분석 대상이 위기의 사회화(큰 정부)’를 중시하는지 혹은 ‘위기의 개인화(작은 정부)’를 중시하는지, 정치사상(가치 문제)이 ‘자유주의’인지 혹은 ‘권위주의’인지 가치 기준을 설정한 후 ‘위기와 가치의 좌표축’ 위에 한 명씩 자리매김한다. 세로축에서 위로 갈수록 큰 정부, 가로축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권위주위에 가깝다. 정치인을 파악할 때, ‘좌’ 혹은 ‘우’라는 이데올로기보다 좌표축에 따른 Ⅰ, Ⅱ, Ⅲ, Ⅳ의 사분면으로 분류하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고 명확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분석의 첫머리에 오른 이는 아베 신조다. 4연임을 향한 야욕을 스스로 드러낸 바는 없지만, 당내에서는 관련된 목소리가 높기에 아베도 어엿한 ‘포스트 아베’ 후보에 속한다. 먼저 저자는 아베가 정치 세계에 입문한 시기에 주목한다. 아베의 사상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라는 사실은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아베가 철저한 극우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배경에는 자민당의 ‘55년 체제’가 무너진 1993년, 그가 야당 정치인으로 정치 생활을 시작했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자민당은 진정한 보수정당인지, 애초에 보수란 무엇인지 정치 신인 아베는 깊이 고민했고 이는 ‘보수정당으로서 자민당을 재생한다’는 주제로 그를 이끈다. 1996년에 출간한 첫 번째 저서 《‘보수혁명’ 선언》에서 아베는 자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반좌익’, ‘반자유주의’에 관한 생각을 명확히 드러낸다.
분석의 첫머리에 오른 이는 아베 신조다. 4연임을 향한 야욕을 스스로 드러낸 바는 없지만, 당내에서는 관련된 목소리가 높기에 아베도 어엿한 ‘포스트 아베’ 후보에 속한다. 먼저 저자는 아베가 정치 세계에 입문한 시기에 주목한다. 아베의 사상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라는 사실은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아베가 철저한 극우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배경에는 자민당의 ‘55년 체제’가 무너진 1993년, 그가 야당 정치인으로 정치 생활을 시작했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자민당은 진정한 보수정당인지, 애초에 보수란 무엇인지 정치 신인 아베는 깊이 고민했고 이는 ‘보수정당으로서 자민당을 재생한다’는 주제로 그를 이끈다. 1996년에 출간한 첫 번째 저서 《‘보수혁명’ 선언》에서 아베는 자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반좌익’, ‘반자유주의’에 관한 생각을 명확히 드러낸다.
“제가 보수주의로 기운 것은, 시작은 ‘보수주의’ 그 자체에 매료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진보파’, ‘혁신’이라고 불린 사람들의 수상쩍음에 반발했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습니다.” _본문에서
과거 아베의 발언을 조목조목 따라가다 보면 자민당과 보수의 몰락에 대한 우익들의 짙은 경계감이 그의 의식 안에도 뿌리박혔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최근 몇 년간 한국과 일본이 역사 문제를 둘러싸고 심한 대립을 이어올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 또한 알게 되는데, 모든 것은 아베의 ‘정체성’에 기인한다. 저자는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을 토대로 아베를 Ⅳ영역에 분류한다. 그는 반자유주의, 요컨대 지극히 권위주의적인 정치사상을 가졌으며 철저한 행정개혁을 강조함으로써 위기의 개인화를 지향한다. 저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가치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위기의 개인화를 추진하는 데 강한 관심을 기울인 정치인인 데 반해, 뒤를 이은 아베는 가치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드러낸 인물임을 언급하며 두 인물의 노선이 만남으로써 일본형 신보수주의 세력으로서의 Ⅳ유형이 헤게모니를 쥐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아베가 2012년 9월 두 번째로 자민당 총재에 취임하고 나서 당선된, 이른바 ‘아베 칠드런’ 의원들이 이렇듯 우파적 이데올로기 색이 강하며 자기 책임론을 기조로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영원한 라이벌’ 이시바 시게루,
‘이인자’ 스가 요시히데, ‘무서운 상승세’ 고이즈미 신지로…
다음 장에서는 아베의 ‘영원한 라이벌’ 이시바 시게루에 대한 분석이 이어진다. 그는 ‘포스트 아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인물로,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차기 후보 중 하나다. 방위성 대신을 오래 역임했기에 ‘방위, 안보 전문가’ 이미지가 강한 이시바는 꽤 많은 저서 및 대담집을 출간한 탓에 저자의 환대를 받는다. 이시바는 개체의 자립이 갖는 중요성을 역설하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연장선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의 우정 민영화를 높이 평가한다. 주요 정책과 관련해서는 아베노믹스에 거듭 회의적인 견해를 제시해왔고, 원전 재가동에 찬성하는 입장을 취한다. 안보 정책에서 다소 까다로운 측면을 보이는데, 미국에 대한 일본의 자주성을 강조하고 헌법 9조 개헌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까닭이다. 한국어판 해제를 맡은 전 〈한겨레〉 도쿄 특파원 길윤형은 “이시바의 등장은 (중략) 아베와는 또 다른 불확실성을 동아시아 전체에 안겨줄 수 있다”고 적었다. 한편 저자는 이시바가 가치를 둘러싼 비전에서 매우 한정적인 언급을 보였다고 서술한다. 때로는 구시대적 가치관을 드러내는 등 잠재적으로 권위주의가 드러나는 때도 있었다고 꼬집고, 이를 바탕으로 이른바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Ⅲ영역에 분류한다. 이어서 그에게 남겨진 과제는 ‘가치 문제에서 명확한 자세를 제시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진단한다.
아베 내각의 오랜 이인자인 스가 요시히데는 ‘웃지 않는 관방장관’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고압적인 자세와 인사권 행사로 악명이 높다. 윗사람의 뜻을 미리 헤아려 행동하는 것을 가리키는 ‘손타쿠(忖度)’에 능숙하며, 가격 인하나 리조트 유지 등 대중의 욕망에 영합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저자는 가치 문제에서 스가를 분석하자면, 뼛속부터 우파는 아니라고 평가한다. 이를테면 아베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할 때, 지지율 하락이나 미일관계 악화를 우려해 이에 반대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요컨대 아베와 같은 Ⅳ영역에 속하나, 그만큼 가치 문제를 중시하지는 않는다는 차이를 보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이자, 이시바에 이어 차기 총리 후보 지지율 2위를 달리는 고이즈미 신지로에 관한 분석도 흥미롭다. 우리에게는 소위 ‘펀쿨섹’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화법으로 익숙하지만, 일본에서는 시간문제일 뿐 언젠가 총리가 될 것이 확실하다는 인식이 강세다. 저자는 고이즈미라는 정치인을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그가 경험한 3년간의 미국 유학 시절이라고 말한다. 부친과 마찬가지로 친미적인 외교 안보관을 가진 데에는 이때 재팬 핸들러와 교류한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고이즈미는 아베와 마찬가지로 야당 의원으로서 여당인 민주당을 비판하는 구도로 정치인 인생을 시작한다. 공조를 강조하는 민주당에 대한 대항으로서 자조를 우선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는데, 그 안에는 미국에서 홀로 유학 생활을 견딘 자신의 경험이 깊숙이 반영되어 있다. 정책 면에서는 부친이 우정 민영화를 고집했다면, 고이즈미는 농정 개혁과 사회보장 개혁에 매달린다. 2014년 시점에서 “아베노믹스는 시간 벌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발언하며, 일본이 맞닥뜨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구 감소와 사회보장제도라고 인식한다. 반면 가치 문제, 요컨대 역사 인식이나 선택적 부부 별성 등에 관해서는 명확한 발언을 극도로 피해왔다. 따라서 저자는 그가 세로축에서는 위기의 개인화 경향을 나타내지만, 가로축에서는 불명료하기에 ‘어느 쪽도 아닌’ 정중앙인 Ⅲ과 Ⅳ영역의 중간에 자리한다고 분석한다. 이어서 총리 후보로서의 미래를 고려한다면 슬슬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할 시기라고 제언한다.
아베 내각의 오랜 이인자인 스가 요시히데는 ‘웃지 않는 관방장관’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고압적인 자세와 인사권 행사로 악명이 높다. 윗사람의 뜻을 미리 헤아려 행동하는 것을 가리키는 ‘손타쿠(忖度)’에 능숙하며, 가격 인하나 리조트 유지 등 대중의 욕망에 영합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저자는 가치 문제에서 스가를 분석하자면, 뼛속부터 우파는 아니라고 평가한다. 이를테면 아베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할 때, 지지율 하락이나 미일관계 악화를 우려해 이에 반대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요컨대 아베와 같은 Ⅳ영역에 속하나, 그만큼 가치 문제를 중시하지는 않는다는 차이를 보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이자, 이시바에 이어 차기 총리 후보 지지율 2위를 달리는 고이즈미 신지로에 관한 분석도 흥미롭다. 우리에게는 소위 ‘펀쿨섹’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화법으로 익숙하지만, 일본에서는 시간문제일 뿐 언젠가 총리가 될 것이 확실하다는 인식이 강세다. 저자는 고이즈미라는 정치인을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그가 경험한 3년간의 미국 유학 시절이라고 말한다. 부친과 마찬가지로 친미적인 외교 안보관을 가진 데에는 이때 재팬 핸들러와 교류한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고이즈미는 아베와 마찬가지로 야당 의원으로서 여당인 민주당을 비판하는 구도로 정치인 인생을 시작한다. 공조를 강조하는 민주당에 대한 대항으로서 자조를 우선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는데, 그 안에는 미국에서 홀로 유학 생활을 견딘 자신의 경험이 깊숙이 반영되어 있다. 정책 면에서는 부친이 우정 민영화를 고집했다면, 고이즈미는 농정 개혁과 사회보장 개혁에 매달린다. 2014년 시점에서 “아베노믹스는 시간 벌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발언하며, 일본이 맞닥뜨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구 감소와 사회보장제도라고 인식한다. 반면 가치 문제, 요컨대 역사 인식이나 선택적 부부 별성 등에 관해서는 명확한 발언을 극도로 피해왔다. 따라서 저자는 그가 세로축에서는 위기의 개인화 경향을 나타내지만, 가로축에서는 불명료하기에 ‘어느 쪽도 아닌’ 정중앙인 Ⅲ과 Ⅳ영역의 중간에 자리한다고 분석한다. 이어서 총리 후보로서의 미래를 고려한다면 슬슬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할 시기라고 제언한다.
정치인의 어제를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한 얼굴들을 돌아보다
책은 이외에도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분개를 드러내며 아베에 대항해 꾸준히 총재 선거에 도전 의사를 밝혀온 노다 세이코, ‘고노 담화’의 주인공인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의 아들이자 방심할 수 없는 위치에서 꾸준히 야욕을 드러내는 고노 다로, 아베가 직접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은 기시다 후미오, 아베의 핵심 참모 그룹을 대표하는 가토 가쓰노부, 1998년 김대중-오부치 한일 파트너십 선언의 주인공인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막내딸이자 명문 파벌인 다케시타파가 차기 총리 주자로 밀고 있는 오부치 유코 등에 관한 분석으로 지면을 가득 채운다. 그간 ‘포스트 아베’라든가, 일본 정치의 중심인 자민당의 주요 인사를 두고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기사 속 몇 줄이 전부였다. 너무 적고 얕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자국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한 제일 목적에서 그치지 않고, 한발 나아가 바다 건너 사람들이 품은 의문의 해갈에 도움을 준다.
“어떤 이들은 우리가 일본의 다음 총리까지 알아서 뭐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분들은 안 읽어도 된다. 계속 고이즈미 신지로를 ‘펀쿨섹’이라 즐기며 살아가도 된다. 하지만 ‘앞으로 한일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 안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베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여덟 명 중에 차기, 차차기 총리대신이 반드시 나오기 때문이다.” _박철현(재일 작가, 《화이트리스트: 파국의 날》 저자)
자민당의 중심에 자리한 유력 의원의 어제를 파헤친 만큼, 책 속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일본 보수 정치의 흐름과 맞닥뜨리게 된다. 일본 정치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 크고 거대한 집단에 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의도하지 않았겠으나, 훌륭한 일본 정치 입문서로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은 《일본의 내일》의 또 다른 특징이자 장점으로 작용한다. 책은 집권당인 자민당, 그중에서도 차기 총리 후보로 주목받는 정치인만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주제성이 강하고 이슈성도 갖추었다. 그뿐 아니라 그들이 일본 사회에 산재한 각종 문제에 대해 어떤 고뇌와 성찰을 거쳤는지, 폭넓은 과정을 살피고 우리의 앞날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성 또한 획득했다.
한국 독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책을 즐길 수 있다. 첫째는 등장인물들이 한국과 맺은 여러 인연에 주목하며 본문을 따라가는 방식이다.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1990년대 이후 일본 정치에 영향을 끼친 여러 변수가 한반도와의 상호관계 속에서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대표되는 역사 갈등과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다. 각 사안에 관한 정치인들의 발언을 눈으로 좇다 보면, 향후 한일관계의 새로운 전개와 관련해 객관적 근거를 토대로 한 나름의 전망을 그릴 수 있다. 두 번째는 전술했듯, 우리보다 먼저 겪은 사회문제에 일본 정치인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내용 자체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노다 세이코는 우리 코앞에도 다가온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맞서 여러 방면으로 분투했는데, 저자는 처절한 투쟁의 기록을 상세하고도 친절하게 모아 독자에게 제시한다.
“이웃 나라 정치인들의 생생한 고민의 흔적을 들여다보는 것은 결국 한국 정치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돕고, 더 나은 사회로 만들어가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이 책이 한국 사회에 무엇인가 하나 기여하는 것이 있다면, ‘역시 아베는 또라이군!’이란 감정의 배설을 유도하기보다, 상대를 통해 우리를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_해제에서
장기 집권을 이어온 아베 정권 아래에서 일본 사회, 특히 언론은 정치를 단순화시켜왔다. 저자는 일본의 정치 뉴스를 보면 선거 공학에 관한 이야기만 가득할 뿐, 정치인의 정책과 비전 차이를 제시하는 보도는 드물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내일》은 그러한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다. 좁게는 차기 총리 후보, 넓게는 현대 일본 정치와 그 집권당에 관한 깊고 정확한 인식으로 우리를 이끈다. ‘일본의 내일’은 ‘한국의 내일’과 무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