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
이재갑, 강양구
2020-08-28
252
135*210 mm
979-11-85585-66-6 (03300)
15,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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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코로나19에 관해 쏟아지는 무수한 담론 속에서 정확하고 정직한 정보와 날카롭고도 살뜰한 논의를 힘껏 붙잡는 책이 출간되었다.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코로나 방역의 최전선에서 분투한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와 뾰족하고 집요한 취재로 대중에게 분명한 정보를 제시해온 강양구 과학전문 기자가 의기투합했다. 추천사를 쓴 작가 김혼비의 말을 빌리면, 이 책에는 “‘확진자’와 그 숫자를 단지 코로나의 심각성을 진단하는 단서로서 코드화하지 않고 고통받는 개인으로서, 막지 못해 참담한 사건으로서 대하는 태도”가 깃들었다. 
책은 감염병의 한복판에서 코로나19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을 분석하고, 진단하며, 우리 사회는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전망한다. 이재갑 교수는 1부에서 정책 자문에 힘쓰며 전국의 치료 현장을 누볐던 100일간의 숨 가빴던 기록을 들려준다. 2부와 3부에서는 총 8장에 걸쳐 두 저자의 심도 있는 대담이 이어진다. ‘바이러스’, ‘질병관리본부’, ‘공공의료’, ‘역학조사관’, ‘숨겨진 그늘’, ‘혐오’, ‘방역과 정치’, ‘뉴 노멀과 언택트’ 등 각각의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일상 속 연결과 밀도에 관한 고민과 사유가 독자 안에서도 움트고 확장될 것이다. 
 
 
바이러스가 침투한 곳곳의 깊숙한 면면을
섬세하고 뾰족하게 들여다보는 시도
 
어쩔 수 없이 2020년을 바이러스와 살아왔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 등 당장 21세기 들어서만도 우리 삶에 쓰라린 흉터를 남긴 여러 바이러스가 있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와 강양구 과학전문 기자는 그때마다 현장에서, 각자의 영역에서 바이러스와 치열하게 맞섰다. 모든 바이러스는 혹독하고 뼈아팠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 사회를 위한 분석과 모색을 건져내야만 했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속속 등장하는 맥락을 살피고 나니, 두 사람은 마음이 급해졌다. 지구 가열이 초래하는 기후 위기, 소와 돼지, 닭, 오리 등을 대량 사육하는 축산업 그리고 끊임없는 생태계 파괴 등이 바이러스 유행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게 된 까닭이었다. 그리고 2019년 12월 31일, 신종 바이러스의 전 지구적 대유행이 시작되었다. “원인 불명의 집단 폐렴이 발생했다”고 중국 정부가 세계보건기구에 보고한 것이다.
여기, 코로나19에 관해 쏟아지는 무수한 담론 속에서 정확하고 정직한 정보와 날카롭고도 살뜰한 논의를 힘껏 붙잡는 책이 출간되었다. 바이러스가 침투한 곳곳의 깊숙한 면면을 섬세하고 뾰족하게 들여다보는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다. 2015년 메르스가 유행한 당시, 머리를 맞대고 신종 바이러스의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며 때로는 함께 분노하고 성찰했던 이재갑 교수와 강양구 기자가 다시금 의기투합했다. 이재갑 교수는 이번 정국에서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코로나 방역의 최전선에서 분투하며 때로는 눈물 젖은 호소로, 때로는 강하고 단호한 의견 제시로 지치고 힘든 국민들을 다독이며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강양구 기자는 특유의 뾰족하고 집요한 취재로 대중에게 분명하고 명료한 정보를 제시하며, 과학전문 기자로서 안갯속에서 불안함을 걷어내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두 저자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감염병의 한복판에서 코로나19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을 분석하고, 진단하며, 우리 사회는 대관절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전망한다. 이어서 코로나19가 바꾼 일상 가운데 똑바로 직시하고 구축해야 할 모든 장소와 의식에 관한 정교하고도 귀중한 논의를 주고받는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바이러스와 인간, 자연과 사회, 정치와 연대를 넘나들며 이 땅의 건강과 안녕을 모색하는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다. 
 
 
코로나 100일, 숨 가빴던 시간들
한국 사회의 생생한 순간을 복기하다 
 
이재갑 교수는 1부에서 정책 자문에 힘쓰며 전국의 치료 현장을 누볐던 100일간의 숨 가빴던 기록을 들려준다. 때로는 ‘전문가’로, 때로는 ‘자문역’으로 밤낮없이 동분서주하며 움직였던 나날과 한국 사회의 생생한 순간을 한 톨도 놓치지 않고 끌어모았다. 2019년 12월 마지막 날, 이재갑 교수는 중국 정부의 소식을 듣자마자 2015년 한국에서 유행했던 메르스를 떠올린다. ‘또 신종 바이러스인가?’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1월 7일 질병관리본부는 이재갑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우한에 다녀왔고”, “폐렴 증세를 보이는” 환자에 대한 자문을 구한다. 그리고 1월 9일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다. 이때부터 이재갑 교수의 시간은 긴박하게 흐르기 시작한다.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가 “훗날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복기할 때 반드시 등장하게 될 몇몇 회의” 가운데 하나라고 표현하기도 했던, 1월 10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민간감염병전문가 자문회의’부터 1월 27일 서울역 회의실에서 탄생한 대량 검사 시스템, 1월 말부터 터져 나온 ‘중국인 입국 금지’ 논쟁, 2월 18일 대구에서 발생한 31번 환자, 새벽녘 단체채팅방에서 만들어진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아이디어, 2월 말 청도대남병원 사태, 3월 초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등 초기 100일간 있었던 중요한 많은 대목을 고스란히 지면에 옮겼다. 이재갑 교수가 틈이 날 때마다 페이스북 등에 짤막한 메모를 남겨둔 것이 지난 시간을 더듬는 과정에서 긴요하게 쓰였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한 문장 한 문장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적어 마음속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나면, 이상하게도 위안이 되고 실낱같은 희망이 솟았다.” _39쪽, 1부 ‘코로나19, 100일의 기록’에서(이재갑)
 
안타깝게도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현시점(8월 말 기준)에서 지난 100일간의 기록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두 저자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의 다급했던 순간부터 바로 얼마 전에 이르기까지 TV, 라디오, 신문, SNS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 언제건 올 수 있음”을 꾸준히 알려왔다. 그러나 다행히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것과 동시에, 긴장의 끈이 서서히 느슨해지면서 그들의 목소리는 사회 속에서 흩어지고, 문제 제기는 휘발되었다. 두 저자가 스스로를 가리키는 표현이 ‘양치기 소년’ 혹은 ‘카산드라’인 것도 바로 이러한 까닭에서다. 다시 한번 각자의 자리에서 버텨내야 하는 지금, 의학과 과학과 행정이 만나 절박하게 움직였던 그때 그 현장을 뜨겁고도 담담하게 풀어낸 책의 1부는 우리에게 무겁고도 유효하게 다가온다. 
 
 
감염내과 의사와 과학전문 기자가 쏟아내는
특별하고 또 절실한 말과 말
 
2부와 3부에서는 총 8장에 걸쳐 두 저자의 심도 있는 대담이 이어진다. 바이러스와의 접촉을 시작으로, 신천지, 요양시설, 콜센터 등 우리 사회에 숨겨져 있는 그늘부터 혐오와 편견에 관한 지점까지 바이러스가 똬리를 튼 곳곳을 긴 호흡으로 차분히 되짚어본다. 나아가 질병관리본부와 공공의료를 둘러싼 방역 체계를 점검 및 진단하고, 뉴 노멀 시대를 맞아 한국 사회가 그동안 외면하고 있었지만 한 번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를 치밀하게 톺아본다. 각각의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일상 속 연결과 밀도에 관한 고민과 사유가 독자 안에서도 움트고 확장될 것이다. 
 
“각자 이런저런 일로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서 만나면 우리의 이야기는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방송이나 지면은 정해진 한계가 있기에 늘 못다 한 말이 있었는데 이번 작업에서는 그런 아쉬움 없이, 그야말로 원 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_9쪽, 프롤로그 ‘할 이야기가 넘쳐난다’에서(이재갑)

1장 ‘바이러스’에서는 바이러스 유행의 환경적인 맥락에서부터, 바이러스에 날개를 달아준 ‘진짜 사정’을 살펴본다. 2장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우리나라 관료주의의 특성이 방역 행정을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 질병관리청 승격과 관련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어서 3장 ‘공공의료’에서는 ‘공공’과 ‘민간’이라는 이분법이 가진 한계와 이후 공공의료체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한다. 방역의 최전선에 있지만 숫자도 시스템도 모두 부족한 ‘역학조사관’과 관련된 주제는 4장에서 다룬다. 
5장 ‘숨겨진 그늘’에서는 바이러스가 휩쓸고 지나가며 드러낸,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약한 고리에 관해 이야기한다. 신천지, 노인 요양시설, 콜센터와 택배 물류센터 등 한국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가 바이러스에게도 취약한 곳이었음을 역설한다. 6장에서는 ‘혐오’가 인간이 가진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이론을 소개하며, 그럼에도 “바이러스만큼이나, 아니 더 위험하다”(203쪽)고 목소리 높인다. 7장 ‘방역과 정치’에서는 대한민국은 그리고 다른 나라는 어떠하였는지 돌아보고, 바이러스와 민주주의에 관해 논한다. 8장 ‘뉴 노멀과 언택트’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교육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감염병 유행에 대비해 취약한 구조와의 진지한 대면을 제안한다. 두 저자는 뉴 노멀에 맞게끔 사회 구조를 바꾸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문제점으로 여겨지던 여러 요소도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또한 대담 중간중간에는 코로나19를 둘러싼 숱한 이슈와 논란과 관련하여, 이재갑 교수와 강양구 기자가 합의한 ‘진실과 거짓’을 Q&A 형식으로 다루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새로운 사회를 향한 이야기가  
공허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자신의 자리에서 각각 부단한 연구와 취재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해온 두 저자인 만큼, 이들이 발신하는 메시지는 하나의 거대한 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살갗에 아플 만치 생생하게 와닿는다. 이재갑 교수는 2015년 1월 에볼라가 확산한 서아프리카에 바이러스병 대응 긴급구호대 팀장으로 파견되어 ‘에볼라 파이터’로서 치료 현장을 지킨 바 있고, 같은 해 5월에는 국내에 유행한 메르스에 맞서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 태스크포스팀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강양구 기자는 2003년, 2009년, 2015년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감염병 유행 사태를 끈질기게 취재해왔다. 
 
코로나19에 관해 쏟아지는 온갖 정보와 전망들로 혼란스러울 때면, 언제나 이재갑 교수와 강양구 기자의 글부터 찾아 읽곤 했다. 그들을 신뢰하는 이유—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진단과 시야를 넓혀주는 분석, 무엇보다 ‘확진자’와 그 숫자를 단지 코로나의 심각성을 진단하는 단서로서 코드화하지 않고 고통받는 개인으로서, 막지 못해 참담한 사건으로서 대하는 태도—가 그대로 깃든 이 책 역시 코로나를 둘러싼 가장 유효한 쟁점들을 세밀하게 다룬다. 그 세밀한 시선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명제인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를 넘어서 ‘돌아가서는 안 되는 과거’가 무엇인지에까지 가닿아 있고, 그 중심엔 그동안 외면하고 방치해왔지만 바이러스가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회의 취약한 고리들이 있다. _김혼비(《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저자)
 
우리는 코로나19 이후, 숱한 예측과 분석 속에 잠겨 있다. 소위 뉴 노멀과 언택트로 대표되는 새로운 일상에 관한 전망은 분야를 막론하고 곳곳에서 하나의 아포리즘처럼 우리 삶을 포장하는 용도로 쓰인다. 책은 바로 그 부분에 대한 경계를 잊지 않는다.
 
이재갑: 바이러스가 취약한 곳을 골라서 일부러 침범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바이러스는 그 사회 전체를 공격합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곳은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반면, 취약한 곳은 막아내기는커녕 그것이 똬리를 틀고 번식할 기회를 제공하죠. 답답한 일입니다.
 
강양구: 결국 그런 약한 고리를 어떻게 강하게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서 비대면 이른바 언택트 사회를 둘러싼 이야기가 공허해지지 않겠죠. 그런데 정작 그런 부분보다는 “언택트, 언택트” 하면서 유행만 좇는 것 같아서 답답합니다. 5월 6일부터 시작한 생활 방역을 둘러싼 논의도 마찬가지고요.
_178쪽, 3부 ‘바이러스와 사회’에서
 
책은 소위 ‘K-방역’이란 무엇이었는지에 관해서도 다룬다. 두 저자는 그것이 “임기응변과 피와 땀”이었다고 말한다. “그때그때의 임기응변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의료진을 비롯한 다수의 노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긴 희생들”(171쪽)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이제는 정말로 달라져야 한다고 덧붙인다. 전 세계가 동경하던 유럽과 미국 사회는 갑작스러운 바이러스의 공격에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게 무너졌다. 각각의 사회 공동체가 안고 있던 여러 문제는 그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현대 과학기술의 한계 또한 또렷했다. 이것이 코로나19와 마주한 2020년 우리의 모습이다. 
이재갑 교수와 강양구 기자가 어쩔 수 없이 바이러스와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당신과 함께 지금 우리가 선 자리를 점검해보려 한다. 두 저자의 뜨겁고도 치열한 고민과 사유를 이 책에 꾹꾹 눌러 담아, 우리 사회와 나의 일상이 코로나19로 어떻게 바뀌었고 또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그 단서를 찾기 원하는 모든 독자에게 건넨다. 
 
바이러스와 살아가는 이 경험을 어떻게 성찰하고 또 새로운 변화의 동력으로 삼느냐에 따라서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재갑 교수와 함께 작업한 이 책이 그 다른 미래를 상상하고 만드는 데 낮은 목소리의 발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제 당신이 목소리를 들려줄 차례다. _250쪽, 에필로그 ‘어떻게 바이러스와 살아갈까?’에서(강양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