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게임
러쉬 도시
박민희·황준범
2022-08-05
632
145*220 mm
979-11-90955-64-5 (03340)
27,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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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말하는“역사적 기회의 시대”
2049년, 세계 패권이 뒤집힐 것인가
 
《롱 게임: 미국을 대체하려는 중국의 대전략》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을 대체하기 위한 중국의 대전략과 그들이 100년간 이어온 ‘긴 게임’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아시아 안보를 연구하는 학자이자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담당 국장인 러쉬 도시는 이 책에서 중국공산당과 중앙 정부의 권위 있는 문서들과 고위 관리들의 연설, 회고록, 유출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중국의 대전략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냈다. 《롱 게임》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 담당자가 직접 중국의 대전략을 연구하고 뜨거운 논쟁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출간 당시부터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국제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대전략(Grand Strategy)은 한 국가가 안보 목적을 자체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에 관한 이론으로, 군사적·경제적·정치적 수단을 통해 조율되고 실행된다. 이 책은 시진핑 정부의 장기 목표인 ‘중국몽(中國夢)’은 시진핑이라는 지도자의 특성을 드러내는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라 한 국가와 사회를 완전히 장악한 중국공산당의 목표이며,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은 당의 사명을 전략적으로 이행해 왔다고 주장한다. 또한 중국 대전략은 중국에 가장 위협적인 미국에 정밀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미국의 힘과 미중 관계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대전략도 그에 맞추어 더 공격적으로 전환되었다고 말한다.
지난 100년 동안 미국에 대적할 만한 국가나 연맹은 존재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의 나치 독일과 일본, 전성기 소련도 미국 GDP의 60퍼센트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은 빠른 속도로 부상하여 2014년에 이미 조용하게 이 선에 도달했다. 이제 세계 패권을 장악하려는 야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는 중국은 공산당 정권 출범 100주년인 2049년을 목표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꿈을 이루고자 한다.
 
대전략을 가진 국가는
세계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서로를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경쟁자’로 지목하고 그에 대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지금, 미중 대립 관계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 예상되면서 세계적으로 미중 관계와 그 본질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은 더 대담하게 행동했다. 인권 탄압에 대한 세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신장위구르자치구에 강제 수용소를 열었고,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면서 반환 당시 약속했던 일국양제에 대한 국제적인 약속을 위반했다.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섬에 미사일을 배치하고 전 세계 수십 개 국가에 대해 경제적 강압을 위협하거나 실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은 “100년 만의 대변동” 구호를 앞세워 마침내 마주한 역사적인 기회의 시대에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며 세계를 이끄는 국가로서 거듭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러쉬 도시는 이처럼 날카롭고 긴장된 경쟁의 시간에 들어섰음에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는 여전히 중국의 대전략에 대한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질문들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합의된 답도 준비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체계적으로 수집한 신빙성 있는 원문 자료들을 토대로 중국의 대전략에 관하여 어떠한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중국이 ‘언제, 어떻게, 왜’ 기존 전략에서 다음 전략으로 전환하였는지 살펴보고,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미국을 대체하려는 첫 번째 대체 전략은 ‘약화시키기’다(1989~2008년). 톈안먼 광장 사건과 걸프전쟁, 소련의 붕괴로 사회주의 세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면서, 중국은 미국을 이데올로기적·군사적으로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에 몸을 숨기고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 기조를 고수하며 미국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는 비대칭적인 전략을 추구하였다. 중국은 미국의 힘과 영향력을 조용히 약화시키려 노력했고, 우두머리를 맡지 않고 적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발전시킨다는 전략을 흔들림 없이 고수하였다.
두 번째 대체 전략은 ‘구축’이다(2009~2016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이 경제적으로 휘청거리자 중국은 기존의 ‘약화시키기’ 전략에서 벗어나 아시아 지역 패권의 기반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대체 전략은 ‘확장’이다(2017년 이후). 중국은 영국의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서구의 서투른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지켜보며 서구가 명백하게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고 판단하였다. 글로벌 리더로서 미국을 대체하고자 하는 중국의 야망은 ‘신시대’를 선언하고 일대일로와 인류 운명공동체를 주창한 중국 지도자 시진핑의 연설을 통해 과감하게 드러났다.
러쉬 도시는 중국식 질서는 현재의 질서보다 강압적이고 자유주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모습일 것이며, 한국과 일본에서의 미군 철수, 대만과의 통일,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 분쟁 해결과 함께 권위적인 질서가 배치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놀라운 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오랜 시간 의도적으로 조율된 대전략의 전환을 통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신호들을 놓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21세기 세계 질서는 우리가 여지껏 수호하고 옹호해 온 가치들에 불리한 방향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엄중하게 경고한다.
 
포퓰리즘 정치, 민족 갈등, 불평등의 심화…
미국 패권은 저물고 있는가?
 
많은 분석가들은 헤게모니 질서가 강대국들의 전쟁을 통해 변화한다고 가정한다. 현재의 미국 질서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구축된 것이며, 핵 혁명을 고려할 때 과거에 비해 전쟁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에 현재 세계는 근본적으로 안정되어 있다고 본다. 중국의 대전략에 회의적인 일부 전문가들 또한 중국은 아직 진정한 대전략을 형성하지 않았으며 중국의 목표 또한 불완전하고 잘 정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와 같은 대척점에 있는 논쟁들을 가져와 일방적인 미국의 시각이나 과장된 주장이 아닌 검증을 끝낸 명백한 자료들을 통해 증명해낸다. 이해하기 어려운 중국의 행동들은 사실상 대전략의 관점에서 충분히 설명되며, 시진핑 주석의 공세적인 외교정책은 전임자들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을뿐더러 그들이 모두 중국 대전략의 궤도를 한 번도 이탈한 적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다음 스텝은 극명하다. 갈수록 심화되는 포퓰리즘 정치로 서구 사회는 심각한 모순에 직면했고, ‘신자유주의’는 경제적 불평등과 민족 갈등을 악화시키고 자유분방한 정보 환경에 의해 돌이킬 수 없게 붕괴되었다는 것이 중국 엘리트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견해다. 시진핑은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이라는 각각의 기술 혁신이 세계를 재편성하였듯 4차 산업혁명을 중국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기회로 본다. 중국은 세계 곳곳에서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지탱하는 금융 우위를 약화시키려는 노력과 동시에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생명공학 분야에 대규모로 투자하며 비약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에 인민해방군 기지를 두며 군사력을 발휘하려 한다. 러쉬 도시는 미국이 중국이 취해 온 ‘약화시키기’와 ‘구축’ 전략을 역으로 구사함으로써 중국식 질서에 대응하고 질서 우위를 유지할 것을 제안한다.
중국 대전략의 기원부터 실체, 전망에 이르기까지 촘촘하게 집대성한 이 책은 국제 정세의 격랑 속에서 변화하는 세계 질서를 이해하고 들여다보는 데 실마리가 되어 주며, 현 바이든 행정부가 펼치는 여러 대중국 정책 방향을 살피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책은 우리에게 ‘불확실하고 긴장된 시대에 한국은 어떠한 전략을 준비하고 실행해 나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되돌려준다. 한국 또한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