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경제학을 뒤집으려는 담대한 시도
낮은 곳으로 향하는 주류 경제학 이야기
이 책은 ‘1%의 경제학’을 뒤집으려는 담대한 시도이자, 승자독식사회에 맞서 낮은 곳을 향한 주류 경제학 이야기이다. 인디애나-퍼듀(IUPUI) 대학에서 미시경제학을 가르치는 저자 김재수 교수는, 최근의 경제학 실증 연구를 광범위하게 활용하여 경제학의 내재적 전복을 시도한다. 즉 주류 경제학의 언어와 방법을 준용하되, 그 메시지는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 거하는 이들을 향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한 학문인 경제학의 언어를 통해, 승자독식사회의 논리에 맞서고자 하는 것이다. 이른바 ‘99%를 위한 경제학’이다.
딱딱하고 부담되는 경제학 서적들과는 달리, 이 책은 세상일들을 엮어 가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이어간다. 특히 ‘1%의 경제학’의 전복을 꾀하는 지점에선 자기 고백적 서사가 자리 잡고 있으며, ‘99%의 경제학’을 도모하는 지점에선 경제학적 반골 정신이 타협 없이 발현된다. 저자는 끊임없이 저항의 결기를 다지며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가슴의 통찰을 감성적인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을을 위한 경제학은 가능한가
1부 ‘을을 위한 경제학’은 최근의 경제학 연구들을 통해 우리의 시대상을 살펴본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펼쳐지고 있는 지난한 싸움들은 갑을관계, 헬조선, N포세대, 금수와 흙수저, 노오력, 불평등 등과 같은 키워드로 표현된다. 선과 악의 전선이 분명치 않은 이 싸움들에서, 우리는 갑의 편이 되기도 하고 을의 편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선택에 숨겨진 인센티브와 행동경제학적 편향을 살펴보고, 행동경제학의 다양한 연구들을 소개한다.
왜 경제학은 보수와 진보의 틀에 갇히지 않는가
2부 ‘경제학적 사고방식’에서는 경제학이 가르치는 사유 방식을 설명한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선택이 야기하는 기회비용을 본다는 것은 경제학이 지녀야 할 반골 정신을 의미한다. 권력과 권위, 관습에 의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게도 잃고 있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 한계적 사고는 굽이치는 세상을 직선과 극단에 가두지 않고, 보수와 진보 같은 이분법에 갇히지 않는 사유방식을 의미한다. 좌우를 넘나드는 포용력과 최적이라는 날 선 칼날 위에 서겠다는 용기를 요청한다.
자본주의를 망가뜨리는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3부 ‘시장이라는 우상’은 수요와 공급 이론을 통해, 시장경제가 맞닥뜨리는 다양한 이슈들, 즉 가격통제, 최저임금, 무역, 세금, 외부성, 공공재 등의 문제를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기업과 시장을 동의어처럼 사용하는 시장경제의 오류에 대해서 강하게 문제 제기한다. 시장경제는 공정한 경쟁을 요청한다. 공정한 경쟁이 잘 작동하면, 노동한 만큼의 임금을 받는 이들이 많아지고, 분하고 억울한 이들은 줄어든다. 더럽고 아니꼬운 꼬락서니를 보는 일도 조금씩 사라진다. 사람들은 신명 나는 오늘을 살고, 더 큰 희망의 내일을 품는다. 힘을 가진 이들에 의해서 경쟁의 공정성이 훼손되면 특권과 반칙이 판을 치고 사람들을 희망을 잃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 뜀박질과 같고, 나쁜 경쟁은 그치지 않는 ‘노오력’을 요구한다. 저자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망가뜨리는 이들이 과연 누구인지 묻고 답한다.
왜 경제학자들은 편향적인가
4부 ‘경제학자들의 생얼’에서는 경제학자들의 여러 편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경제학을 공부한 이들이 더욱 이기적이고 공공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경제학 연구에 담겨 있는 상대적 우월 의식도 고백한다. 그리고 왜 한국의 경제학자들이 전반적으로 보수적이고 친기업적인가에 대해 문제 제기한다. 왜 경제학자들이 갑의 편에 더 많이 서느냐고 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