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독재
한윤형
2024-07-01
504
153*224 mm
9791193166574
22,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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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한윤형 신작
‘한국적 삶’의 명과 암에 대한
치밀한 통찰과 모색
★김정인(역사학자), 김한규(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추천


‘상식’이라는 이름 아래 오늘날 한국 사회는 한쪽 눈을 감은 채 다른 한쪽을 극단적으로 거부하고 혐오하고 있다. 여기, ‘곧 망할 나라’에서 그 나라를 분석한다는 것의 의미를 진득히 해득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우리 사회의 좌표를 찾는 일에 매진해온 논객 한윤형이 갓 벼린 칼날 같은 단독 저서로 7년 만에 돌아왔다. 특유의 번쩍이는 통찰력과 강기를 무기 삼아 종횡무진 텍스트를 누비며 한국 사회의 특수성이 만들어낸 우리 삶의 풍경은 어떠한지, 그 특징은 실로 무엇인지 묻고 답한다. 두터운 탐구 여정을 앞에 두고, 저자는 ‘상식의 독재’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책은 ‘한국인의 상식’을 살펴보고자 전근대까지 추적해 올라가면서 과거와 오늘을 잇는 일에 매진한다. ‘하나의 상식’이 지배하던 나라에서 이제는 쪼개지고 분화하여 투쟁하는 왜곡된 ‘상식들’의 나라가 되었음을 밝힌다. 결국 ‘상식의 복원’이다. 대한민국의 성취도 한계도 균형 있게 직시하는 ‘상식’이 필요하고, 책은 선결적으로 그 역할을 감당해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에 관한 전방위적 고찰과 비평을 담은 『상식의 독재』이다.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에서
이제껏 없던 새로운 논의를 펼치다


쉬지 않고 울려댔다. ‘망국’이란 이름의 요란한 꽹과리 이야기이다. 한국 사회는 이래서 망하고, 저래서 망하고, 그래서 종내 망할 것이라는 주장이 사방에서 왁왁 쏟아져나왔다. 숱한 망국론의 터널을 지나쳐 오는 동안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심상이 우리 안에 자리 잡았다. 질타와 훈계는 세트로 따라왔고 날이 갈수록 강도가 높아졌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다수는 내 나라의 망국에 무언가 특별히 기여했다는 혐의가 없는데도 ‘결혼하지 않는다’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개인의 미래와 나라의 미래를 포개지 않는다’고 공범 신세가 되었다. 그러니 무력하다. 여기, ‘곧 망할 나라’에서 그 나라를 분석한다는 것의 의미를 진득히 해득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망국론을 습관적으로 읊조리기에 앞서, ‘한국이란 무엇인가’란 질문부터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실제로 그 과업을 완수해낸 『상식의 독재』이다.

20대에는 한국 사회의 청년세대 문제, 미디어 문제, 현실정치에 관한 글을 써왔고 30대엔 여론조사기관과 선거 컨설턴트 업체에서 일하며 홀로 또 함께 우리 사회의 좌표를 찾는 일에 매진해온 논객 한윤형이 갓 벼린 칼날 같은 단독 저서로 7년 만에 돌아왔다. 여전히 꽹과리 소리만 울릴 뿐 아무도 문제에 대처하지 않아 진정한 망국이 실현될 판인 지금, 그간 아무도 보지 않고 보려 하지도 않았던 한국의 특수성을 파헤친 작업물을 들고 독자 앞에 섰다. 그리고 ‘대충 만들어져서 분석할 거리도 없는 나라’라는 기존 인식 체계에 정면으로 대항한다. 한국만의 고유한 성질은 존재하는 까닭이다. 두터운 탐구 여정을 앞에 두고, 저자는 ‘상식의 독재’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한국 사회에서 말하는 ‘상식’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어쩌다 ‘독재자’의 위치를 점하게 되었는지 진단한다. ‘한국적 삶’이란 무언지 규명할 가치조차 인정받지 못했던 지난 기나긴 세월에 보내는 대서사시이자 엑소시즘이 펼쳐진다.



왜 ‘상식의 독재’인가?
‘하나의 상식’이 지배하던 나라에서
쪼개지고 분화하여 투쟁하는 ‘상식들’의 나라로


‘한국적 삶’이란 무엇인가. 책의 시작점인 동시에 도착점인 질문이다. 오랜 시간 한국은 ‘중국 비슷한 나라’, ‘일본 비슷한 나라’, 또는 ‘그 둘을 적당히 섞은 나라’로 여겨졌다. 우리의 심정 깊숙한 곳에 자리한 각종 망국론의 심리적 배경이 여기였다. 그러다 최근 들어 설핏 유명세를 탔다. 소위 ‘K-열풍’을 모두 목도했다. 저자는 “특수성을 규명할 가치를 간신히 인정받았다”고 표현하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특유의 번쩍이는 통찰력과 강기를 무기 삼아 종횡무진 텍스트를 누비며 한국 사회의 특수성이 만들어낸 우리 삶의 풍경은 어떠한지, 그 특징은 무엇인지 묻고 답한다.

책을 이끌어가는 화두는 ‘상식’이다. ‘한국적 삶’의 특성 및 장단점을 분석하고, 그것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어느 날, ‘상식(常識)’의 문제를 만나게 됐다. 진보주의자로서의 나는 반복해서 한국 사회가 주류?표준?평균에 속하지 않은 소수자에게 지나치게 잔인하다는 문제를 지적해야만 했는데, 문제를 지적하면 할수록 사람들이 그것을 문제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많더라는 현실에 맞닥트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류?표준?평균에 속한 이에게 제공되는 엄청난 편의성, 그리고 그 바깥 다양한 삶의 양태에 대한 철저한 무신경함’이란 현상의 기반에는 우리가 지식과 배움을 받아들이는 방식, 어떤 지적 토양에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착상에 이르게 됐다. 나는 여기에 ‘상식’이란 이름을 붙였다. 한국은 ‘상식이 지배하는 나라’이며, 한국적 삶의 특징은 이러한 ‘상식의 지배’로부터 도출된다는 착상이었다. _‘서론’ 중에서(28쪽)

표준국어대사전은 ‘상식’을 두고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으로 정의한다. 영어에 대응하는 말로는 ‘커먼 센스(common sense)’가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상식’을 그리 대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의 상식이란, ‘공통의 감각’이나 ‘모르면 괄시당할 수준의 지식’ 차원을 넘어서 사실상 ‘따라야 할 도덕 기준’이란 의미까지 갖는다. 나아가 남들을 ‘몰상식하다’고 규탄할 수 있는 지위를 갖는다. 거대 양당과 그의 지지자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정당이건 지지자건 모두 본인이 ‘상식’의 위치에 있고, 상대편은 ‘몰상식’하다고 믿고 있지 않은가. 선거 시즌이면 결과 여부에 따라 “상식이 승리했다”라거나 “상식이 패배했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한다. 상식은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며, 결과가 상식에 승복하기를 욕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식의 독재’이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개념인지 소개하고자 든 예시 가운데 몇 년 전 커뮤니티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된 어느 일본인의 게시글이 있다. “일본은 주변에 독재국가밖에 없어 괴로운데, 다름 아니라 대한민국도 그 명단에 있으며 구체적으로 말하면 ‘국민독재’의 나라라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조소하는 반응을 보였다. “쟤들은 민주주의의 개념을 모르나?” 민주주의란 국민의 지배, 통치를 의미하는데 이 무슨 얼토당토아니한 말인지 의아해했다. 그러나 저자는 ‘국민독재’를 ‘국민정서법’이나 ‘대중독재’란 말로 바꿔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지적한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그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국 정치문화의 특수성 가운데 하나인 소위 ‘민심’이란 것에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순응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상식의 독재’는 바로 이 ‘국민독재’, 또는 ‘국민정서법’이나 ‘대중독재’라고 부르는 현상에 저자가 새로이 붙인 이름이다. 한국은 다른 사회에 비해 지역과 계층의 격차가 크지 않고 사실상 ‘하나의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다. 혹은 적어도 ‘하나의 상식’이 우리 사회를 규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회다.

한국에서 ‘상식’이란 말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규정하고 있고, 심지어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그 역할이 과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상식의 지위는 위태롭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상식의 독재’를 희구하지만, 과거에 비해 ‘상식’은 한결 분화되었고 서로 투쟁하고 있다. 어느 한쪽에서 ‘상식’이라 주장하는 것들이 더는 모든 한국이 공유하는 ‘상식’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이에 저자는 최근 20여 년간 누적된 한국 사회의 정치적 혼란을 이 ‘분화하는 상식들의 투쟁’이란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우리 시대를 둘러싼 상식의 형성과 분화를 탐구하는 일은 현대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문화 양식을 규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역설한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어긋나고 있는가. 저자는 책장을 넘기는 독자를 향해 계속해서 묻는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에 관한
전방위적 고찰과 비평


책은 ‘한국인의 상식’을 살펴보고자 전근대까지 추적해 올라가면서 과거와 오늘을 잇는 일에 매진한다. 많은 이들은 우리가 전근대 역사로부터 이어진 존재가 아니라, ‘단절된 존재’라고 상상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단절사관’, ‘청산사관’, ‘부채상속사관’ 등 새로이 이름 붙인 역사의식, 혹은 역사적 무의식을 논박하면서 우리가 역사와 단절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논증한다. 또한 동서양을 넘나들며 동아시아 주지주의와 유럽 주지주의의 특성을 비교하여 한국이 ‘상식의 독재’ 사회인 데에는 동아시아 주지주의의 특수성이 있음을 역사적 맥락과 철학적 논의로서 드러내 보인다.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상투적인 비판의 목록을 점검하면서 왜 ‘한국 민주주의’에 아무도 만족하지 않는지 살펴보고, 지금의 정치적 위기는 그러한 비판보다는 ‘상식의 독재’ 사회에서 ‘상식이 분화’하면서 발생한 ‘상식 간의 대격돌’에 의한 것이라 진단한다. 2장에서는 한국의 근대가 단지 미국과 일본의 짜깁기에 불과한 것은 아니며 전근대사의 영향력 안에서 형성되었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한국인들이 ‘상식’에 집착하게 된 이유 역시 이 틀 위에서 살펴본다.

3장에서는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전근대사 정체성이 오랫동안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인정되지 못했던 사실을 상기하면서, 특히 조선사에 대한 폄훼의 시선에 대항한다. 이 과정에서 ‘조선 노예제사회 논쟁’을 검토하는데, 주로 이영훈이 발표한 논문과 단행본을 재료로 살펴본다. 4장에서는 조선왕조 후기의 ‘무기력하고 게으른 조선인’이라는 오랜 편견에서 현대 한국인의 역동적인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었는지를 심층적으로 검토한다. ‘한말 외국인 기록’을 중심으로 하되, ‘벼농사’와 ‘토지’라는 키워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듯 한국의 전근대사와 근현대사 사이의 연결을 복구한 후 5장에서는 한국 문화의 특수성, 요컨대 ‘상식’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규명한다. 한국 사회의 좌표적 특성이 어찌하여 이전에는 ‘성리학의 나라’를 지지했다가 이제는 ‘상식의 나라’로 이동하게 되었는지 해명한다.

6장에서는 ‘상식의 나라’에 사는 한국인들이 자국의 역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민족 피해자 서사’를 검토하면서 한일 관계의 역사 논쟁까지 두루 검토하고 한국 사회가 ‘상식의 독재’를 벗어나기 위한 길을 제언한다. 7장에서는 시선을 넓혀 동아시아와 유럽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상이한 길을 걸어갔는지 검토하고, 이 두 개의 전략을 한국의 근대가 어떻게 수용하여 3.1운동이라는 대한민국의 근본을 수립했는지 논한다. 8장에서는 불평등 문제를 살펴보면서, 역사적으로 한국의 능력주의와 평등주의가 어떻게 형성했는지 검토해보고 불평등 심화가 ‘상식의 나라’를 해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론 아래 불평등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9장에서는 대한민국 소멸 시계의 분침이 자정을 향해 이동하는 지금, ‘저출생으로 사라질 나라’가 될지도 모르는 한국이 지정학이 부활하는 시대에 다시금 ‘지정학적 지옥’이 되고 있음을 밝히면서 극복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상식’은 ‘독재자’의 위치를 벗어날 수 있을까?
한쪽 눈을 감은 채 상대를 재단하는 한국 사회 극복하기


상식의 복원, 한국 사회를 통치하는 ‘상식’에 대한 엄밀한 탐구 끝에 저자가 얻은 하나의 깨달음은 바로 이것이다. 다만 이때의 ‘상식’은 지금처럼 역사 전쟁, 혹은 상식끼리의 전쟁에 동원되는 상식보다 훨씬 느슨한 개념이어야 한다. ‘상식’이라는 이름의 영역으로는 너른 품으로 넓은 부분을 인정하고, ‘몰상식’이란 이름으로는 매우 좁은 영역만을 규탄하는 게 타당한 일이라는 것! 이는 한국인들이 오랫동안 말해왔던 ‘상식’의 모습이기도 했다. 물리적으로건 비유적으로건 두 쪽으로 나뉜 한국 사회, 국민의힘과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양극단의 대립이 서로를 몰아내기 위해 ‘상식’의 범위를 좁힌 채 그 외 모든 것을 ‘몰상식’으로 밀어내는 지금, 뜨끔 아프면서도 양팔 벌려 받아들여야만 하는 제언이다. 저자는 ‘화폐’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우리나라 화폐를 보라. 신사임당, 세종대왕, 율곡 이이, 퇴계 이황, 충무공 이순신 등 여전히 조선시대 위인들이 그려져 있다. 다른 나라 화폐를 보면, 그보다 앞선 시대는 물론이거니와 근현대 인물 또한 많이 올라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대사 인물은 왜 화폐에 올라갈 수 없을까? 한국인들이 유난히 조선왕조를 숭앙해서? 저자는 말한다. 현대사 인물을 넣자고 한다면, “도저히 합의할 수가 없어”서라고 말이다. 윤치호, 이승만, 박정희의 얼굴이 그려진 화폐도, 안중근과 김구, 김대중의 얼굴이 그려진 화폐도 “절반의 국민을 화나게 하리”라는 것이다. 책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다. 미지근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부제에 적힌 ‘변호하다’라는 표현에서 어떤 애국적 반박을 기대한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또는 ‘독재’와 ‘망국’ 등의 키워드에서 호령과 설교가 주를 이루리라 짐작한 독자도 있을지 모른다. “한쪽 눈을 감은 채” 상대를 바라보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는 대한민국의 성취도 한계도 균형 있게 직시하는 ‘상식’이 필요하고, 책은 선결적으로 그 역할을 감당해냈다. “한국이란 무엇이고, 한국인이란 누구인가”란 질문을 던지고, 단행본 504쪽 분량으로 답했다. 책은 절절하다. 날카롭게 적확한 분석을 찬찬하고도 성의껏 들려주며 대안 모색에도 부지런하다. 추천사를 쓴 국회의원 김한규의 말마따나 “‘상식적으로’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지금 가장 매섭고 시급한 문제 제기를 담았기에 우리 사회가 기꺼이 손에 들고 호응해야 할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