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치·경제 전문가 MIT 교수 야성 황이
파헤친 중국식 국가 확장의 역사와 한계
★지만수(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 박사 추천, 2023〈포린 어페어스〉올해의 책
2018년 국가 주석 임기 제한이 폐지되면서 중국은 사실상 시진핑 1인 독재 체제로 돌입했다. 이후 중국은 세계 질서에 가히 위협적이라 할 수 있는 행적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중국을 이해할 수 있을까? 현 MIT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중국-인도 연구센터 주임인 미국 내 중국 전문가 야성 황 교수는 과거의 문명국가, 현대의 문제국가 중국을 읽는 새로운 접근, ‘EAST 공식’을 제시한다. 시험(Examination)과 독재(Autocracy)와 안정(Stability)과 기술(Technology) 네 가지 주제의 머리글자를 딴 이 공식은, 현대 중국을 존재하게 한 ‘국가 확장 공식’을 가리킨다. 중국인의 인식론 바탕에는 EAST의 첫 글자이자 토대가 되는 시험, 과거(科擧) 제도가 있다. 587년 수나라에서 처음 개발된 이후 오늘날 가오카오(GAOKAO, 高考)까지 이어진 ‘과거 메커니즘’은 중국 사회를 지배해오면서 ‘독재’ 체제 속에서 ‘안정’을 가능하게 했고 국가 주도 ‘기술’ 발전을 촉진시켰다. EAST 공식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인가? 중국의 야욕이 세계 질서를 흔드는 이때, 이 책은 거대한 시한폭탄의 해체도면을 그리며 중국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균형을 제안한다.
수나라에서 시진핑까지,
대국은 어떻게 탄생하고 몰락하는가?
2018년 국가 주석 임기 제한이 폐지되면서 중국은 사실상 시진핑 1인 독재 체제로 돌입했다. 이후 중국은 팬데믹 당시 도시 전체를 봉쇄한 ‘제로 코로나’ 정책,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통합의 이름으로 저지른 소수민족 탄압 정책과 인권 유린 등 세계 질서에 위협적이라 할 수 있는 행적까지 드러내고 있다. 2023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4주년을 통과하며 마침내 중국은 소련의 수명까지 뛰어넘었다. 국가가 모든 개인의 정보를 사생활 단위로 수집하고 통제하며 종교·사상 어떤 다양성도 인정하지 않는 나라. 중국공산당의 지배 아래 문화대혁명 등 국가적 재앙을 수차례 겪었음에도 G2의 대결 구도를 그리며 미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
우리는 중국을 이해할 수 있을까? MIT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중국-인도 연구센터 주임인 미국 내 중국 전문가 야성 황 교수는 과거의 문명국가, 현대의 문제국가 중국을 읽는 새로운 접근, ‘EAST 공식’을 제시한다. EAST 공식은 단순 동양(East)을 뜻하지 않는다. 시험(Examination)과 독재(Autocracy)와 안정(Stability)과 기술(Technology) 네 가지 주제의 머리글자를 딴 이 공식은, 현대 중국을 존재하게 한 ‘국가 확장 공식’을 가리킨다. 수나라에서 시진핑까지, 대국은 어떻게 탄생하고 몰락하는가? 이 책이 제시하는 중국 특색의 국가 확장 공식을 통해 새롭게 알 수 있다.
베이징 출신 MIT 교수의
이제까지 없던 날카로운 통찰
중국의 야망과 위기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사회, 정치, 경제를 외부와 내부 양쪽의 시선으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분석한 연구는 이제까지 없었다. 1960년 베이징 출생으로 1985년 하버드 대학교 행정학부를 졸업하고 1991년 박사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로마 제국과 한나라를 비교하고, 영국 튜더 왕조 헨리 8세의 스캔들과 명나라 만력제의 황태자 책봉 거부를 비교하는 등 동과 서를 함께 살핀다. 무엇보다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 진나라가 나무 몽둥이를 든 농민 반란군의 손에 무너진 진승·오광의 난에서 ‘정치적 중국’의 기원을 찾는 것에서 시작하여 중국 역사 구석구석 뿌리 내린 사료를 남김없이 끌어와 자기만의 데이터로 삼는다.
저자는 젊은 날 떠나온 땅을 향한 안타까움과 옛 문명에 대한 존중을 드러내면서도, 패색이 짙은 현 상황을 마치 최첨단의 수술실에서 메스를 잡은 화타와 같이 낱낱이 해부해 냉철하게 분석하고 서늘하게 진단한다. 중국의 부상과 침체, 현재와 미래를 통찰하는 저자의 명명백백한 분석은 선명한 비판도 아끼지 않으며 공명정대하게, 누구보다 날카롭게 역사의 시시비비까지 가린다. 학문적 야심을 논쟁적인 논리와 연구와 수치와 데이터로 단단히 뒷받침한 이 책을 통해 세계는 마침내 진짜 ‘중국’이 무엇인지 눈뜨게 된다.
과거 제도는 어떻게
중국을 형성하고 지탱했나
한때 세계 GDP 60%를 차지했던(송나라) 중국은 왜 초기 기술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독자적인 산업 혁명을 시작하지 못했을까?[소위 조지프 니덤의 니덤 문제(Needham Question)] 콜럼버스보다 이미 한 세기 먼저 대항해를 나섰던 명나라는 왜 해양 무대에서 스스로 퇴장했는가? 중국사에 해박한 독자들이 품었을 의문 역시 이 책이 주목한 ‘과거 제도’의 비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인의 인식론 바탕에는 EAST의 첫 글자이자 토대가 되는 시험, 과거(科擧) 제도가 있다. 국가 주도 관료 채용 시험인 과거 제도는 나라의 모든 인재에게 유교라는 단 하나의 체제만을 통일된 커리큘럼으로 교육하고 각 개인을 철저히 수치로 판단하여 위계를 부여하는 시험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가리킨다.
587년 수나라에서 개발된 이후 오늘날 가오카오(GAOKAO, 高考)까지 이어진 ‘과거 메커니즘’은 중국 사회를 지배하며 ‘독재’ 체제 속에서 ‘안정’을 가능하게 했고 국가 주도 ‘기술’ 발전을 촉진시켰다. 그런데 획일성은 창의성을 제물로 삼는다. 황실의 무기가 된 과거 제도는 어떤 규격 외 사건도 허락하지 않았고 관료제 외부에서 ‘사회’는 조직될 수 없었다. 저자는 시곗바늘을 바삐 돌리며 개혁개방 시대에는 젊은 인재들의 성장과 교육을 어떻게 범위의 땅으로 ‘아웃소싱’했는지, 자유의 땅에서 그들이 키운 결실을 어떻게 국가의 몫으로 돌렸는지도 조리 있게 밝힌다. 1,5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정책이 어떻게 한 국가의 인식 체계를 지배했는지 탐구·분석하여 마침내 오늘날 국제 정세 속 기현상의 발생 원리까지 밝히는 이 책은 독자에게 정신적 쾌감을 선사한다.
개혁 없는 대국은 몰락하고
거대한 하나의 중국은 무너진다
저자는 규모(Scale)와 범위(Scope) 두 상반된 힘의 축을 세운 다음,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고 가는 균형과 긴장으로 중국의 역사를 해석한다. 규모는 동질성을, 범위는 이질성을 의미한다. 규모의 사회가 통일된 거대한 질서를 자랑한다면, 범위의 사회는 다양한 가치와 개성을 존중한다. 저자는 국가 확장과 유지를 위해 다양성을 희생하고 ‘규모’를 우선해온 유구한 역사적 맥락에 중국공산당이 기대어 있음을 왕조 시대 중국부터 중화인민공화국까지 중국 역사 전체를 재료로 한 여러 데이터 실험을 통해 밝힌다.
시진핑 정권은 이전 정권의 개혁주의 노선에서 후퇴해 ‘규모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의 혁신을 훼손하고 최소한의 ‘범위’도 인정하지 않는 시진핑의 중국공산당은 결국 중국을 파멸시킬 것으로 파악한다. 혁신 없는 대국은 무너지고 시진핑이 꿈꾸는 거대한 중국은 필패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진핑은 2018년 임기 제한을 폐지함으로써 ‘털록의 저주’를 봉인해제 해버렸다. EAST 공식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인가? 중국의 야욕이 세계 질서를 흔드는 이때, 이 책은 거대한 시한폭탄의 해체도면을 그리며 중국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균형을 제안한다. 행동 기제를 파악하면 다음 수를 읽을 수 있고, 메커니즘을 알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독보적으로 유익하고 분석적인 이 책은 독자에게 많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아무나’를 위한 책은 아니다.
세계를 가로지르는 거시적 관점을 적확하고 옳은 근거로 기둥 세운 분명한 통찰을 원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역사의 거대한 구조를 뼈째 씹어 삼키고 ‘중국’이 어디로 갈지, 세계의 미래와 중국의 운명을 예측하는 당신만의 통찰을 완성하라. 덧붙여, 오늘의 한국 독자에게 이 책은 더욱 의미가 있다. 우리는 과거 제도와 유교 이데올로기를 직수입해 사용해 왔다. 전 국민을 일관된 수치로 평가하는 시험이 존재하는 사회의 능력주의 신화와 위계질서 내재화 및 이질성 거부 현상은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규모를 이룩하고 유지하기 위해 통일된 질서를 우선할 것인가, 사회에 때로는 혼란을 그러나 발전을 가져올 다양한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그들의 위기를 살펴 우리의 나아갈 길을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