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처〉선정 2024년 ‘최고의 과학책’
★★★ 아마존, 반스앤노블 선정 2024년 ‘올해의 책’
★★★ 〈사이언스〉〈가디언〉〈월스트리트 저널〉〈뉴욕타임스 매거진〉〈뉴 사이언티스트〉 추천
★★★ 《천 개의 파랑》천선란, 《이토록 굉장한 세계》에드 용 추천
★★★ 영국, 스페인 등 10개국 출간 결정
“우리의 인식을 확장하는 살아 있는, 숨 쉬는, 진화하는 기적”_〈가디언〉
‘지구시스템’의 비밀을 밝히는 가이아 가설의 현대판
지구와 나는 어떻게 숨을 섞고 있을까?
황홀과 경이의 세계로 우리를 밀어붙이는 긍정적 매혹
아마존 우림에는 매년 2,400밀리미터 가량의 비가 내린다. 일부 지역의 연간 강우량은 4,270밀리미터를 기록한다. 만약 이 비가 ‘지리적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 아마존 우림이 직접 만들고 있는 것이라면 어떨까. 아마존의 약 4,000억 그루의 나무를 비롯한 각종 동식물과 미생물은 거대한 순환으로 ‘하늘의 강’을 형성해 연간 강우량의 절반을 스스로 생성한다. 아마존 우림에 내리는 비는 대기물리학의 불가피한 결과가 아니라, 생명과 지구가 서로의 씨실과 날실이 되어야만 완성할 수 있는 합작품인 것이다. (17쪽~19쪽) 거대한 ‘지구시스템’ 안에서 생명과 지구는 분리할 수 없다. 지구는 생명이 출현한 무대인 동시에, 40억 년의 긴 시간 동안 지구를 거쳐 간 모든 생명과 함께 자신을 조성했다. 지구는 살아 있다.
그러나 서구 근대과학 이후 인간은 생명으로부터, 생명은 지구로부터 분리되었고, 지구는 자원이자 정복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태도는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라는 결과로 돌아와 인류를 조여오고 있다. 지구와 인간의 관계를 다시 써야 할 위기의 시대, 우리의 인식을 확장하는 이 시대의 새로운 고전이 출간되었다.
아마존 우림 꼭대기, 심해, 지하 광산…
우리 행성 전역에서 펼쳐지는 경이로운 생명의 향연
근대과학이 정립된 이후 생명은 특정 환경에 더 적합한 쪽이 생존하는 존재였다. 더 강하든, 더 다정하든, 그저 더 적절한 존재가 남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저 선택되는 것이 생명인가?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생명과 지구의 ‘공진화(共進化)’를 화두에 올리며 1970년대 ‘가이아(Gaia) 가설’을 개진했다. 그는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살아 있는 유기체라 주장했다. 생명과 지구는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조성하며 함께 진화했으며, 지구는 단순히 기체에 둘러싸인 암석 덩어리가 아닌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생명체이자 유기체라는 것이다. 신화 속 여신의 이름으로 조롱받았던 이 가설은 오늘날 대기과학의 토대가 되었고, 이제는 지구시스템과학 등의 이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 객원 기자이자 화이팅 어워드 논픽션 부문을 수상한 과학 저널리스트 페리스 제이버는 지금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과학 저널리스트 중 한 명이다. 그는 가이아 가설에 매료되어 10년의 열정과 6년의 취재 끝에 “저널리즘의 걸작”이자 “대중과학서 최고의 경지”라 평가받은 이 책 《비커밍 어스》를 썼다. 저자는 가이아 가설에 입각하여 생물학적 요인과 지질학적 요인의 공진화를 추적하기 위해 지구 전역을 누빈다. 과거 폐광이었던 지하 1.5km 깊이의 지하 실험실에서 암석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관찰하고(1장), 아마존 우림 가운데 솟은 325m 높이 초고층 관측탑의 꼭대기에서 하늘에 올라 구름의 씨앗이 되는 박테리아를 추적한다(7장). 홍적세(洪積世)를 구현하려는 시베리아의 자연보호 구역에서 풀을 뜯어 기후를 조정하는 들소를 쫓고(2장), 아이슬란드의 지열발전소에서 탄소 포집 스타트업을 취재하고(9장), 거대 켈프[다시마]가 캘리포니아 연안에 이룬 해저 숲을 헤엄친다(5장).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해 생명이 지구라는 무대에 등장한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지구의 환경을 변화시키고 진화에 관여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존재임을 밝힌다. 또한 하와이의 플라스틱 해변을 걷고(6장), 북미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화입(火入)을 지켜보고(8장), 스스로 정원을 가꾸며 한때 주차장이었던 뒷마당에서 자연을 배운다(3장). 놀라운 과학적 사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 그와 함께 살아 있는 지구의 아홉 가지 장소를 찾아가 보자.
“미생물이 구름을 만들 수 있다.
한 대륙의 숲이 다른 대륙에 비를 내릴 수 있다.
숨결이 행성을 흔들 수 있다.”
지하의 미생물은 지각을 변모시킨다. 플랑크톤이 없었다면, 바다는 우리가 아는 바다가 아니었을 것이다. 초식동물과 풀의 관계는 식생은 물론 지구 기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토양이나 식물에 사는 박테리아가 하늘에 올라 눈과 비를 만든다. 생명은 대기에 산소를 불어 넣었고, 하늘을 푸르게 물들였으며, 현대의 바다를 만들어냈고, 메마른 지각을 비옥한 토양으로 바꾸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명은 지구가 기후를 조절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또한 이 모든 현상을 연구하고 발견해온 것은 인간이다. 함께 연구 기지를 운영하는 세르게이 지모프·니키타 지모프 부자(父子), 북미의 식생에 관한 부족 선조들의 지혜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프랭크 레이크, 폐슬리퍼를 활용해 고향의 해변을 되살리려는 나타퐁 니티-우타이,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고 초고층 관측탑에 오르는 키벨리 바르보자 등 각양각색의 과학자들은 본인이 지키는 가치를 위해 도전하고 꿈꾸며, 함께 더 좋은 곳에 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멀리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더 나은 지구’를 위해 헌신하는 강하고 친절하고 똑똑하고 긍정적인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독자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극단적인 낙관과 절망적인 비관 가운데
침착하게 정의하는 기후 위기
각 부의 마지막 장은 “인간종이 지구를 얼마나 빠르게 변화시켰는지, 어떻게 하면 우리와 지구의 관계를 최선으로 바꿀 수 있을지” 살핀다. 저자는 기후 위기의 도래는 명백함을 우선 밝힌다. 그리고 인류 전체관점에서 충분할 만큼의 행동을 전혀 하고 있지 않지만 유의미한 진전이 없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세상이 망할 운명이라고 말한다면 그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350쪽~359쪽) 저자는 인류와 지구는 절멸한다는 ‘숙명주의’적 관점, 지구가 스스로를 돌본다는 ‘판타지론’적 관점, 또 다른 지구를 개발할 수 있다는 ‘미래주의적’ 관점 모두 거부한다. 대신 지구시스템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지구의 역사에서 인간 존재란 찰나에 불과하며 지구를 파괴할 만한 요인이 못 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버전’을 파괴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구의 거주자도 지배자도 아닌 지구의 일부임을 인식한다면, ‘새로운 지구’를 ‘테라포밍’하겠다는 생각은 “용서되지 않을 어리석음”이며 “지금 이곳에서 일궈야 할 변화”의 가능성이 우리 손에 달려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370쪽~372쪽)
세계는 첨예하게 분열되고 있다. 팽배한 환원론적 세계관은 ‘더 큰 진리’를 잊게 만든다. 단절과 고독을 앓고 있는 현대인에게 이 책은, 감히 해체할 수 없는 거대한 연결 속에 모든 생명이 함께 있음을, 세계를 이루는 거대한 질서 속에 내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45억 년 지구의 역사는 당신에게 속삭일 것이다. 당신은 더 큰 존재라고. 상상 못 할 거대한 흐름이 당신 안에 있다고. 살아 있는 지구에 대한 위대한 목격은 우리가 오래 잊고 있던 경외를 일으킬 것이다. 살아나자. 지구의 DNA가 당신을 구성하고 있다. 사랑하자. 우리는 모두 지구의 자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