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관세 장벽, 인플레이션, 니어쇼어링...
뜨거운 거시 경제 지표에 대한 완벽한 해설서
팽창주의를 택한 트럼프가 본격적으로 행동을 개시했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향한 관세를 천명했으며 콜롬비아는 재앙적 관세 엄포에 투항했다. 무역 적자 해소와 이를 위한 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무역 장벽이 세워지고 관세 전쟁 대상은 동맹과 비동맹을 가리지 않는다. 대미 무역 흑자액이 꾸준히 증가해 2024년 556억 달러에 달하며, 곧 트럼프 관세의 타깃이 될 한국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투자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저자는 처음부터 투자 방법론을 거론하지 않는다. 저자는 냉전체제와 그 종식 과정, 세계적 경제위기의 변곡점들을 훑는다. 책의 초반부를 채우는 이 서술을 통해 현재 나 홀로 호황인 미국 경제의 수면 아래 꿈틀대는 거품의 가능성을 경고한다. 잘못된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바로잡아야 비로소 미래를 전망할 수 있음을 잊지 않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사태와 리먼브러더스 붕괴 당시 부실채권 및 전환주식 거래 담당 부사장으로 서브프라임 위기를 예측하여 당초 회사에 수백억 대의 이익을 안겼던 저자는 회사가 어떻게 잘못된 의사결정을 거쳐 파산하게 되었는지를 고발한 《상식의 실패》를 내놓아 월스트리트의 주목을 끈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기고와 강연을 통해 경제위기 예측에 대한 중요성을 끊임없이 설파해 오고 있다. 이번 신작 《시장은 알고 있다》를 통해서도 위기 감지 능력의 필요성을 꾸준히 언급한다. 이러한 노력은 월가가 추종하는 저자의 입지로 빛을 발한다. 로런스 맥도널드는 〈뉴욕타임스〉, 〈포춘〉, 〈파이낸셜 타임스〉, 〈타임〉, 〈이코노미스트〉, CNN, Fox, CNBC, 중국 CCTV, BBC, 도쿄 TV 등 우리에게 익숙한 거의 모든 주요 외신에 기고와 출연을 이어가고 있다.
위기 감지와 그 대응은 결국 거시경제를 바로 보는 데 있다. 저자가 투자 방법론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지표를 보는 시각이다. 채권과 달러 환율만을 바라보고 있을 일이 아니다. 양적완화와 레버리지가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지 그 역학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금과 은만 주목하는 것으로는 위험을 분산할 수 없다. 변동성 지수(VIX)에 주목해야 하며 지수의 오르내림 자체가 아닌 그 폭의 비율을 주시해야 한다. ETF에 투입된 막대한 달러 사이사이의 거품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면 탄소중립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원유, 원자력에 포트폴리오를 노출시켜야 한다. 경질 자산은 현저한 공급 부족으로 전도유망한 투자처다.
저자는 지속적 경제 성장과 성공적 투자는 인플레이션과의 대결 결과에 달렸다고 말한다. 미국은 오바마, 트럼프 1기,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겉모습만 바뀐 양적완화를 추진했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이 정책은 관세 장벽과 니어쇼어링이 야기하는 비효율성과 만나 투자자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지적하는 저자는 빚잔치의 끝이 결국 대폭락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의 조언대로 현재는 저평가된 가치주와 공급이 부족한 경질 자산으로 나아간다면 인플레이션을 돌파하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멍거, 아인혼, 테퍼...
전설적 투자자들과의 인터뷰
《시장은 알고 있다》에는 찰리 멍거, 데이비드 아인혼, 데이비드 테퍼 등 전설적 투자자들과의 인터뷰가 담겼다. 일대일 대면 인터뷰라 더욱 특별하다. 이 현자들의 말은 투자 시 위기 감지 능력을 일깨우고 올바른 가치 투자 방법을 찾게 해주는 원 포인트 레슨이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와 저자의 소회를 통해 여·야, 좌·우를 막론한 행정부와 입법부의 무차별적 양적완화와 관세 장벽이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며 시민들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는지 알 수 있다.
성장주와 기술주, 경기 부양책을 타고 흐르는 막대한 유동성의 ETF는 버블의 크기를 키워간다. 패시브 투자와 알고리듬을 이용한 투자는 우리를 레버리지와 위기에 더욱 무감각하게 만든다. 계속 빨간 막대를 유지하는 미국의 고용지표는 우리의 눈을 어둡게 한다. 딥시크의 출현으로 인한 엔비디아와 엔비디아 2배 레버리지 ETF(NVDL)의 역대급 폭락 사태를 본 저자와 구루들은 ‘그럴 줄 알았다’며 쓴맛을 다셨을 것이다.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교훈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화된 마가(MAGA) 기조, 효율성에 우선하는 관세주의, 각종 해외 원조 중단, 탈탄소 거부가 결국 압도적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중 패권 경쟁 심화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확대할 수 있으며, 미국의 관세 장벽에 맞선 보복 관세 조짐은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여 글로벌 교역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이 피해는 결국 누가 짊어지는가. 바로 투자자이기도 한 우리 모두이다. 니어쇼어링 확산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시키고, 인플레이션 지속은 달러 지위 약화 가능성을 높인다. 이 무시무시한 버블 앞에 우리는 어떻게 자산을 지켜가고 불려나갈 것인가. 다음 문단에 그 답이 있다.
불확실한 시대, 경질 자산에 투자하라
2025년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인플레이션 지속 가능성, 미중 갈등 심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등 여러 요인들을 고려할 때 경질 자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금, 은 등 전통적인 경질 자산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저자는 수소차에 쓰이는 백금, 팔라듐에도 포트폴리오를 노출시키기를 권한다. 이 금속들은 탈탄소 시대에만 중요한 자산이 아니라 그 필요성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구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자산이다. 친환경 에너지, 탈탄소의 꿈은 결국 전기를 청정하게 생산할 수 있는가 여부에 달려 있다. 전기는 전선, 즉 구리에 의해 운반된다. “구리 부족은 끝까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인다면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판단하기 쉬울 것이다. 이 책에는 구체적 경질 자산 투자 방법까지 담겨 있어, 안전하고 장기적인 가치 투자처를 찾는 독자들에게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