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대
유승훈
2025-02-20
392
140*215 mm
9791193166864
22,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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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한민국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거센 시대의 물살 속에 한국인의 삶은 어떻게 요동쳐왔는가?

1960~1990년대 풍속으로 읽는 그때 우리, 젊은 서울 자화상

 

90여 명의 학생이 콩나물처럼 빽빽하게 자라던 콩나물 교실, 꿈과 희망을 실은 리어카가 고개를 오르던 달동네, 다 타버린 아래 연탄을 꺼내다가 실수로 깨뜨려 아수라장이 된 부엌 아궁이, 출근길 승객들과 버스 안내양이 실랑이하는 와중에 문을 열고 출발하는 만원 버스. 서울의 60년 전, 30년 전 풍경이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 대한민국이 전후의 폐허를 딛고 급속도로 성장한 시기. 이촌 향도의 시대, 도시화 시대, 산업화 시대…. 이 시기 ‘서울’은 수도 이상의 특별한 공간이었다. 노랫말도 영화도 TV 드라마도 서울을 이야기했고, ‘서울내기’와 ‘서울깍쟁이’는 어딘가 달랐으며, 누구나 내일로의 꿈과 희망을 품은 채 서울로 향했다. 30여 년이 흐른 오늘날의 미디어는 ‘경제성장기’를 빛바랜 영광으로 재조명하며 애틋한 추억으로 소비하고 있다. 그 시절 대학가요제의 노래들은 시대를 넘은 청춘의 상징이 되었고, MZ세대는 ‘레트로’를 ‘힙’한 놀이 문화로 받아들여 즐기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대 서울은 과연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듯 찬란하고 아름답고 풍요롭기만 했을까? 그렇지만은 않다. 이촌 향도와 산업화의 물길 속에 인파가 몰려들며 과거와 현재, 농촌과 도시가 뒤섞이며 일어난 소용돌이에서는 이 시대 특유의 ‘혼종의 풍속’이 나타나고 사라져갔다. 성장과 성장통이, 발전과 후유증이 공존하는 가운데 눈물겨운 희망과 과열된 욕망이 들끓었다. “역사의 안방을 거시사에 내주고 건넌방에 조용히 앉아 있는” 작고 하찮은 것들에 관심을 두는 민속학자 유승훈은, 이 시대를 기꺼이 ‘서울 시대(Seoul Period)’라고 말한다.

 

민속학자 유승훈,

시대 속의 인간을 보다

 

저자 유승훈은 “내가 단지 관심을 두는 것은 왕십리 똥파리요, 강남 복부인이요, 손 없는 날이요, 자동차 고사요, 소개팅이요, 마담뚜 등등 하찮은 것들”이라 밝힌다. 서울시청, 부산시청, 부산시립박물관을 거쳐 현재 부산근현대역사관 운영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는《작지만 큰 한국사, 소금》으로 2012년 제53회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부산의 탄생》《부산은 넓다》등 부산의 속살을 핍진하게 그려낸 여러 저작을 출간하였다. 그가 고향 서울을 무대로 펴낸《서울 시대》는 서울 속의 대한민국을, 시대 속의 인간을 보고 있다. “살아오면서 잃어버린 삶의 체취와 정서가 되살아나는 듯한 감동을 받았다”는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말처럼, “친숙한 존재를 낯설게 보는 방법을 체득”했다는 김시덕 도시문헌학자의 말처럼, 그가 민속학자로서 탐구한 서울의 풍속사는 뜨끈한 인간미 가득한 가운데 서늘한 감각을 품고 있다. “시대는 풍속이 되고, 풍속은 시대가” 되는 법이다. 어느 시대의 가장 작고 하찮은 것들은 그 시대의 가장 깊은 속사정을 품고 있다. 이 책 《서울 시대》는 1960~1990년대 서울의 풍속을 살펴 시대를 파헤치고, 사람을 마주한다.

 

115장의 사진 자료와 지도로

생생히 마주한 그때 그 시절

 

서울 시대란 바로 ‘성장통의 시대’이다. 저자는 산업화·도시화 시대라는 시간이 서울이라는 공간과 어떻게 조응했나를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풍속이라는 작고 구체적인 단면들로 드러낸다. 그가 1960~1990년대 사람들의 삶 속에서 건져낸 성장은 혼란하고 요동치고 분주하고 정신없는 것이었다. 전통과 현대·농촌과 도시가 충돌하던 경계, 그 혼돈 속에 새로이 탄생한 문화와(‘자동차 고사’와 ‘아파트 생활 혁명’), 크고 거대한 서울에 포함되지 못한 작고 오래된 것들(‘가택신’과 ‘마을신’, ‘한강 나룻배’), 지금은 전통이지만 그때는 아니었던 것들(‘주례’와 ‘폐백’, ‘예식장 결혼’)이 가득하다. 또한 과열된 경쟁심(‘입시 풍속’), 과열된 투기심(‘강남 복부인’), 과열된 남아선호사상(‘여아 선별 낙태’)이 응축된 순간이 있다. 무엇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던 사람들의 치열한 삶이 가득하다(‘달동네’와 ‘판자촌’, ‘콩나물 교실’).

국가기록원,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서울기록원 등 10곳의 관련 기관에서 허가받은 공개 자료와 비공개 자료까지 포함한 115장의 사진 자료는 그때 그 서울을 더욱 생생히 그려낸다. 책에서 소개한 풍속의 현장을 모두 담은 〈서울 풍속 지도〉는 서울이 익숙한 독자, 낯선 독자 모두에게 알기 쉬운 안내가 될 것이다.

 

오늘을 이룩한 이들의

젊은 날을 기억한다는 것

 

왜 서울을 다시 알아야 할까? 서울 풍속사를 안다는 것은 우리의 성장을 아래에서부터 다시 읽는 것이다. 이 책은 전쟁의 상처가 가득한 서울에 막 도착한 60년대의 이주 농민, 새벽마다 연탄을 갈던 70년대의 주부, 만원 버스 틈바구니에 여린 팔로 매달렸던 80년대의 버스 안내양, 콩나물 교실과 학력고사 입시지옥을 버틴 90년대의 대학생의 삶을 고리타분한 과거가 아닌 ‘생생한 분투’로 오늘의 독자 앞에 그려낸다. 나아가 우리가 누리는 대한민국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욕망하고 발버둥 친 온갖 작은 삶에서 왔음을 깨닫게 한다. 거대한 메트로폴리스 서울이, 부족했지만 당당하게 살아온 이들의 땀과 눈물로,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내일’을 맛보이기 위해 희생한 ‘그들의 오늘’을 토대로 자란 것임을 알게 한다.

서울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사람들은 “서울로, 서울로” 향해 오고 있으며 거대한 서울 하늘 아래 각자의 작은 방 한 칸을 빼곡히 꾸리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각자의 서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역사의 순간을, 서울의 성장통 가득한 ‘청년기’의 면면을 흥미롭게 살피다 보면 그날의 희망들이 현재의 우리에게 세대 이해와 공감이라는 유산으로 도착할 것이다. 내일을 향한 희망을 잃어버린 시대에, 내일을 꿈꾸며 오늘을 버티게 하는 옛사람들의 힘을 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