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에 대한 탐구, 세상 만물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사람들이 즐겨 말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위대한 발견은 그 자체로 한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외에도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다윈의 진화론 등과 같은 위대한 발견의 시작점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어 왔던 관념들에 대한 물음이다. 원소의 발견은 그중에서도 가장 근원적인 것으로, ‘세상 만물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어떻게 생성되었는가?’라는 질문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와 연관된 중요한 문제 제기이다. 그렇다면 원소의 발견은 우리의 인식과 세계관을 어떻게 바꾸어 왔을까.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은 과학이라기보다 세상을 설명하기 위한 관념적인 시도임에도 거의 천 년 동안 서양의 물질관을 지배하였다. 그 시대에 살던 사람들은 4원소설을 통해 세상을 보았고, 세상 만물의 변화를 그것에 맞추어서 설명하려고 하였다. 또한 값싼 금속을 귀한 금속으로 바꾸려는 연금술의 유행도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연금술의 신비가 완전히 벗겨졌지만 당대에는 세상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시도이자 방법이었다. 이후 원소의 발견으로 인해 우리는 세상 만물의 근원을 과학적 근거를 통하여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원소의 발견으로 인한 물질세계에 대한 풍부한 이해는 우리들의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하였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였다. 원소를 공부한다는 것은, 곧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기본적인 무언가를 공부하는 것이다. 원소 발견의 역사와 그 쓰임을 공부함으로써 우리는 세상의 시작을 가늠할 수 있고, 또한 미래의 모습도 그려볼 수 있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을 갖는 것과 같다. 나아가 우리가 세상과 어떻게 관계되어 있는지를 살피기에 좋은 공부이기도 하다.
원소 번호 순서대로 나열된 기계적인 설명이 아닌
발견 시기와 중요 저서를 기준으로 한 원소 세계의 조감도
이 책에서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원소들을 발견한 시대순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저서나 주기율표에 근거하여 모으거나,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을 하나로 묶어 큰 테두리 안에서 각 원소를 일목요연하게 조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구 곳곳에서 사용되는 탄소를 시작으로 하여, 청동기 시대나 철기 시대에 자연 상태에서 쉽게 얻을 수 있어 도구나 보석으로 사용된 원소들을 하나로 묶어 가장 먼저 다루고 있다. 이어서 물질이 타는 현상, 즉 연소를 어떤 물질에서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설명한 플로지스톤설을 일축하고 연소설을 주창한 라부아지에의 저서 ????화학 요론????에 거론된 원소들을 알아본다.
다음으로 화학 혁명 이후 발견된 원소들로부터 화학을 예측 가능한 학문으로 만든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와 그의 저서 ????화학 체계의 개요????에 포함된 원소를 살펴본다. 인공적으로 먼저 만들어지고 천연계에도 미량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진 우라늄 이후의 원자 번호 93~98번의 원소들도 하나로 묶어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와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러시아의 합동핵 연구소, 독일의 중이온 연구소, 스웨덴의 노벨 물리학 연구소, 일본의 이화학 연구소에서 인공적으로 합성한 20개의 원소를 소개하고, 여기에 미래에 만들어질 원소에 대한 여러 과학자들의 생각을 덧붙였다.
다른 한 편으로 원소 각각의 발견과 명명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하여 흥미를 더하고 있다. 연소설을 주창한 라부아지에의 연소 실험이나,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만들며 예언한 원소들에 얽힌 이야기들,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기 위한 노력들에 관한 일화는 과학적 탐구 과정의 일면을 보여준다. 또한 원소의 성질과 쓰임을 제시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원소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그러한 기본지식을 바탕으로 과학의 즐거움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