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한국 현대사 읽기
한국은 건국 후 불과 반세기 남짓한 시간에 폐허를 딛고 선진국 근처에 다가섰다.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짧은 시기에 평화적으로 달성한 한국의 사례는 전무후무했고, 미래는 낙관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사회는 저성장, 청년 실업, 불평등, 저출산과 같은 어렵고 고통스런 문제들로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 누구도 한국사회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 현대사를 되짚어 본다. 이를 통해 한때 대중이 공감하던 문제의식이 이제는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로 작용하고 있으며, 변화를 주도하던 집단이 변화를 막아서는 새로운 권위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치의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새로운 정치의 실천은 우리 근대사의 전 과정을 더 이상 "부정의 역사"로 보지 않고 상대를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진보진영의 오랜 문제의식은 21세기 한국사회에서 반동적 경향
4.19와 5.16을 주도한 집단들은 자립적 국민경제를 건설한다는 이상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5.16 직후까지만 해도 근대화와 경제성장을 주도하며 연합하였으나, 1960년대 중반 수출지향적 공업화 전략이 확정되고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분열한다. 이후 그 한쪽은 반체제운돌을 지속하였고, 1987년 마침내 민주화를 이루어내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한편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결과, 1980년대 후반에는 마침내 자립경제의 달성이라는 시대적과제가 사실상 해결되었다. 하지만 반체제운동에 헌신했던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을 수용할 수없었다. 이들은 1960년대 이래 줄곧 수출 주도의 성장전략이 대외 의존적 경제구조를 낳는다고 비판해왔다. 또한 북한사회의 한심한 현실, 시대착오적 반미 자주화, 또 그 이면의 민족민주운동 시대의 종언 등을 온전히 인정하지 못하고 관행 좌익적 사고와 실천을 반복해 오고 있다.
진보세력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암울하고 어두운 과거로 재구성하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저성장, 불평등, 청년실업, 저출산 등 산적한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진보세력은 현재에 제대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