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들썩이는 열여섯 살 소녀,
그레타가 들려주는 다급하고도 뜨거운 메시지
태양광 요트에 올라 대서양을 횡단한 열여섯 살 소녀의 이야기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다. 양 갈래 땋은 머리에 결연한 눈빛을 한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다. 열여섯 살의 환경 운동가이자 2019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모은 그레타는 오는 9월 23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연설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그레타는 2019년 3월 15일, 약 160만 명에 이르는 또래 청소년들을 학교가 아닌 광장으로 나오게 만든 소녀이기도 하다. 전 세계를 덮친 기후 위기가 과학자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이유로 소집된 이번 회담에서 그레타는 어떤 다급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들려줄까? 이번에야말로 우리는 기후 위기를 피부에 와 닿는 문제로 인식하고 즉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그레타》는 그런 결심을 다지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그레타 툰베리가 누구인지 소개하는 동시에 우리가 사는 이 작지만 반짝거리는 행성에서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도록 돕는다. 도대체 기후 변화란 무엇을 의미하며,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후 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등 페이지 곳곳에서 기후 변화를 둘러싼 숱한 질문을 던진다. ‘화석 연료’, ‘식수’, ‘재생 에너지’,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 ‘생물 다양성’ 등 하나하나의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지구의 미래를 위해 어떤 구체적인 노력과 결단이 필요한지 눈앞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우리는 모두 그레타입니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 두려움에서 행동으로
저자 발렌티나 잔넬라는 밀라노 출신의 저널리스트로, 홍콩에 거주 중이다. 2019년 3월 15일, 그레타가 주도하고 전 세계 청소년들이 참석한 ‘기후를 위한 글로벌 파업’은 홍콩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까지 집회 장소인 센트럴역으로 줄지어 모였다. 그날 광장을 채운 수많은 손 팻말 중에서 저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문구는 바로 “내 이름은 그레타(My name is Greta)”였다. 까만 머리를 땋아 내린 한 소녀가 들고 있었는데, 그녀의 시선도 그레타처럼 단호하다 못해 결연해 보였다. 그리고 그 소녀만이 아니었다. 과학자들이 지난 수십 년간 입이 닳도록 반복해 온 말을 제대로 이해한 뒤, 이제 더는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날 광장으로 나오기로 결심한 모두가 다 그레타였다.
그레타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부모님이 양치질할 때 수도꼭지를 잠근다거나 음식물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자료를 찾아보던 그레타는 기후 변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깊은 근심에 잠긴다. 아직 지식을 완전히 소화해 내기에는 어렸던 그레타의 머릿속에 수많은 정보가 독소처럼 쌓이며, 결국 열한 살 소녀는 우울증에 걸리고 만다. 병원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과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그레타는 지구의 미래를 논할 때만 막힘없이 말을 했다. 그리고 2018년 8월 20일, 학교에 가는 대신 국회의사당 앞 인도에 자리를 잡는다. 그레타가 우리에게 알려진 계기가 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Skolstrejk för Klimatet)’의 시작이다. 기후 변화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어른들에 항의하고,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2019년 1월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그레타는 말했다. “저는 여러분이 공포심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제가 매일같이 겪고 있는 것과 똑같은 공포심을요.” 자신의 두려움을 변화를 촉구하는 행동으로 바꾸어 놓은 그레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아주 크고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10세 이상, 100세 이하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지구환경 지침서’
짧은 호흡의 1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기후 변화에 관한 알기 쉬운 설명과 최신 자료, 근사하고 직관적인 그림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탈리아 지진화산연구소 소속 기후학자이자 현재 유럽 환경청에 파견 근무 중인 세르지오 카스텔라리(Sergio Castellari) 연구 위원이 과학 자문을 맡았고,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상세하면서도 분명한 문장으로 친절하게 독자를 이끈다. 지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의 협력이 필요한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가치는 과학과 정의 그리고 책임이다. 저자는 그간 그레타가 발신해 온 말을 빌려 이 가치들에 관해 역설한다.
첫째로 기후 변화 문제에서 과학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과학은 이미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 주었어요. 우리는 모든 사실과 해결책을 갖고 있지요.” 1824년 프랑스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조제프 푸리에는 처음으로 ‘온실 효과’를 언급했다. 그리고 1900년대 초 노벨 화학상 수상자이자 그레타의 할아버지이기도 한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대기에서 이산화 탄소가 증가할 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연구하고, 그 결과 이산화 탄소가 증가하면 지구의 온도도 함께 상승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과학은 이미 100년도 넘는 먼 과거에 지구 온난화를 예측한 것이다. 책은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지구 온난화 1.5도 특별 보고서〉와 과학자들의 제안을 토대로 우리가 알아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에 관해 찬찬히 설명한다.
둘째로, 텍스트에 담긴 갈급한 외침은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우리 양심의 무심함을 나무란다. “어째서 화석 연료가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사용하는 거죠?” 그레타는 2018년 11월 TED 스톡홀름 강연장에 올라, 기후 변화를 세계 대전에 비유해서 설명했다. 만약 세계 대전이 진행 중이라면 아무도 전쟁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기후 변화 역시 인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 데 반해 사람들은 너무나도 평온하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신 차리고 행동에 나서는 것뿐입니다.”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가치는 희망이 아닌 행동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과 환경 운동가, 시민 등이 함께하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만들어졌고, 9월 21일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셋째, 그레타는 당장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정치인들의 책임감을 강도 높게 요구한다. 2018년 8월 국회의사당 앞으로 향한 것도 그에 따른 행동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녹색 국가에서는 무엇보다도 시민 개개인의 책임감이 중요하다는 사실 또한 확고하게 전한다. “우리 자신과 우리의 자녀들과 우리의 자손을 구하기 위해, 현재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것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다.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 사는 우리는 이미 필요한 기술력을 확보했다. 문제는 시민들도 함께할 준비가 되었느냐는 것이다. 책은 변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실천 사항은 물론, 앞서 전한 세 가지 가치를 지키며 준비된 자세로 확고하게 나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꾹꾹 눌러 담았다.
한 용감한 소녀의 올찬 행동은 젊은 세대의 양심을 깨워서 이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으로 만들었고, 그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과학과 존중과 지구 균형이라는 보편적인 원칙을 공유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그레타》는 우리가 사는 지구의 상태에 대해 절박한 질문을 던질 아이들에게 대답해야 할 어른들을 위한 책인 동시에 나이와 문화를 막론하고 이 행성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다. 우리는 모두 그레타다.